정부는 올해안에 현행 여신관리제도를 대폭 개편,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7월 올하반기
주요정책과제의 하나로 여신관리제도개선방침을 밝힌바 있고 최근들어
이수휴재무차관은 이를 다시 확인,이제도의 개편방향까지 밝혔다.

여신관리제도는 기업의 재무구조개선,편중여신의 시정,경제력집중의
완화등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시대상황과 경제여건이 달라짐에 따라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측면이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는
금융자율화및 국제화에도 역행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편중여신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존재하는건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은 더욱 강조돼야
마땅하다. 바로 이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재무당국자도
궁극적으로 금융자율화 국제화에 부응하여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여건에서는 단계적으로 개선해가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이상과 현실의 조화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개편방향은 주력업체제도의 보완,종합상사에 대한
규제완화,기업의 창의성을 억제하는등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규정의 보완 및
폐지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력업체제도는 업종전문화를 통하여 세계 초일류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지난해에 시행되었다. 주력업체로 선정되면 사실상
여신관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주력업체의 부채비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이제도의 도입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30대그룹 72개 주력업체의 평균부채비율은 91년말 435. 2%로 90년말보다
77. 2%포인트 높아졌고 우리나라 제조업평균부채비율 309. 2%보다도
월등히 높다. 이는 주력업체로 선정되면 은행돈 빌리는데 큰 제약이
없다는 점을 감안,부채비율이 높은 회사위주로 주력업체를 선정했거나
주력업체도 선정된 뒤에도 은행빚 얻는데 급급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현실에서 자금융통의 길을 충분히 활용한 셈이다.

이는 제도의 잘못이 빚은 결과다. 주력업체제도는 제조업위주로
선정했는데 최근 상공부는 종합상사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종합상사등
제조업연관업종에도 여신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신관리제도개편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은 기업의 창의성을
어떻게 북돋우고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킬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지 또는
규제는 쉬울수 있으나 그 규제가 이른바 정부의 실패를 초래함으로써
시장의 실패보다 훨씬 큰 부작용을 낳게된 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규제의 필요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규제가
기업을 위축시키고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결코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
예컨대 아무리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해도 기업이 일일이 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상상해 보자. 이럴때 기업이 어떻게 변화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은 무슨 능력이 있어 수백개
기업의 활동 하나하나를 감시할수 있는가. 감시할수 있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서류상의 점검일뿐 기업현장의 사정이 반영되는 것은 아닐것이다.

정부는 이미 대기업그룹에 대한 상호출자와 상호지급보증을 규제할 방침을
세운바 있다. 이럴 경우 대기업그룹의 금융자금 독과점현상도 크게
완화될수 밖에 없다. 이것은 또한 여신관리제도의 개편필요성을 제기하는
요인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무엇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며 어떤것을 자율에
맡길것인가를 분명히 해둘것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불건전한 투자와 문어발식 확장을 효율적으로 막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도 강조하고 있는것처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이런 일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규제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신관리제도는 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과 편중여신을 시정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기업의 모든 활동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개선과
편중여신시정 이외의 규제는 풀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기업으로 하여금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독점금지법과 공정거래법및 각종 세법을 활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 잘못된 투자는 세법으로,잘못된 행태는 공정거래법으로
다뤄야 옳다. 기업활동을 보장하면서 잘못된 점을 시정하는 길은 예컨대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하는데에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