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경기가 8월들어서면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경기의
선행지표역할을 하는 나프타분해공장(NCC)의 가동률이 80%선까지
떨어지고있다.

출하가 10%이상 줄어들면서 재고가 넘치고있다. 일부합성수지업체들은
재고소화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자금난에 빠져있다.

석유화학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갖가지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해도 완전조업상태를 유지하는등 외형상 호조를 보여온
유화경기가 급속냉각,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것이다.

국내업계는 중국특수를 비롯한 해외수요증가에다 꾸준한 내수신장으로
상반기에 예상외 실적을 올렸다. NCC의 가동률이 1백%선을 줄곧 유지했다.
국내외 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은 다소 나빠졌지만 제품소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같은 사정은 상반기실적으로도 잘 뒷받침된다.

국내업계는 올 상반기중에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3.4%가 늘어난
3조1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39개업체가운데 매출이 줄어든곳은
12개사에 불과했다. 제품판매가 활발했다는 증거이다.

기존 설비만을 가동해온 대림산업 호남정유 효성바스프 동부화학등은
매출이 다소 줄어들었다. 국내외경기하락에 따른 가격하락이 몰고온
피할수없는 결과였다. 외형상으로는 예상외의 호조를 보였다는것이 업계의
결론이다.

이처럼 호조를 보여온 경기가 최근들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것은
수출과 내수부진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수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해온 대중국수출이 이달들어서는 평소에 비해
20%이상 줄어들고있다. 한국산 PP의 최대수입국인 인도네시아로부터의
주문도 거의 중단되다시피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요품목인 HDPE와 PP의 수출가격도 t당 10달러가
떨어졌다.

내수쪽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가공업체의 잇단 도산에다
해외이전으로 내수기반이 흔들리고있다. PP섬유분야에서만 올들어 문을
닫은 업체가 대덕산업 (주)대덕 일진 태진물산등 4개사에 이른다.
거래선확보를 위해 벌이는 최고40%까지의 할인경쟁으로 채산성은 더욱
나빠지고있다.

유화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국내업계는 나프타분해공장과 계열공장의
정상가동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대한유화는 전체히터 6기가운데 2기를 가동중단,80%선에서 NCC를
돌리고있다.

대한은 자동포장기공사를 이유로 가동률을 하향조정,국내최대규모인
PP공장을 40%정도만 돌리고 있다.

호남석유화학도 성능보장시험에 대비,NCC를 잠시 1백% 가동한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80%대를 유지하고있다.

계열제품인 EG의 공장가동률이 70%대를 맴도는등 자체소화능력의 한계로
현수준이상 가동률을 높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유공은 울산단지입주업체들에 공급할수있는 물량과 자체소화량 범위내에서
가동률을 조정,91%를 유지하고있다.

대림산업은 자체기초유분소화능력의 부족으로 하반기 들어서면서
단계적으로 히터를 끄기시작,현재 75%만을 가동하고있다.

재고부담으로 몸살을 앓고있는것도 상반기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의
하나. 대한유화는 적정수준을 1만t이상이나 웃도는 4만5천t상당의
재고부담으로 고전하고있다.

호남석유화학도 3만여t에 이르는 합성수지재고를 제대로 소화해내지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대림산업도 평소보다 1천t정도 늘어난 9천t상당의
HDPE재고를 떠안고있다.

일부업체는 경기부진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있다. 대한유화는
자금난을 덜기위해 합작선인 일본의 마루베니사와 증자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도 70억원에 이른 상반기의 적자부담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대규모 신증설로 세계5위에 오른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는것 같다.

<김경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