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여객기를 타고 동서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시차에서 오는 피로로 몸을
가누기 힘들다. 좌석이 아무리 안락하고 승무원의 서비스가 훌륭해도
시차와의 싸움은 피할 방법이 없는듯. 그래서 여행이 끝난 며칠동안은
제트 래그(jet lag)란 병아닌 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우리주변에는 비행기도 타지않은 제트 래그 환자들이 날로 늘고있다. 멀리
바르셀로나에 가있는 우리 올림픽선수들이 매일같이 거두어들이는
금메달레이스가 그 원인이다. 금메달 더하기에 온통 신이 나 있다.
올림픽현장과 서울과의 시차가 7시간이나 되어 주요 경기는 우리시간의
새벽1시에서 3시사이에 실황중계되기 일쑤이고,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새벽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이 시차성피곤증은 우리선수들이 메달가산행진을 계속하는한
가셔지지 않을듯.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경기의 열기가 무더위를 몰고온
열대야현상마저 거뜬히 삼키고 만듯한 느낌이다. 메달의 수가 하나하나
더해질때 마다 조국에 남아있는 선수들의 가난한 가족들은 말할것없이 온
국민이 오랜만에 "살맛"을 느끼는 한여름이 되고 말았다.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산법인생과 감산법인생이 있음을
본다. 예를들면 연애결혼은 전형적인 감산법인생. 연애결혼의 경우
상대편에 대한 점수는 대체로 95점 또는 90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오로지
장미빛인생을 내다보면서 출발한 둘은 연애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점수를
점점 줄여간다. 5점,10점씩 깎아먹어온 둘의 관계는 60점을 오르내릴수도
있다. 연애결혼의 경우에만 한정된 이야기일수는 없다. 직장생활에서도
흔히 경험할수 있는 일이다.

이에비해 중매결혼의 경우는 가산법인생으로 분류될수 있을듯. 당초
대단한 기대를 걸지 않은 상태에서 대체로 출발한다. "70점 정도겠지"하던
기대가 살아가면서 1점도 더해지고 2점도 더해진다. 첫날밤에서야 얼굴을
대했다던 우리의 앞세대들이 대체로 이런 삶을 후덕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지구의 반대쪽에서 메달더하기에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선수들은 틀림없이 가산법인생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리라는
확신이 든다. 그들은 가난과 각고의 훈련을 딛고 1점 2점씩 알찬 벽돌들을
쌓아 왔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