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나면 금 하나씩"
요새 우리 시민들이 서로 만나면 웃으면서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얼마나 뿌듯한가. 정치판 꼬락서니에 상만 찌푸려지고,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 짜증을 내다가도 금메달 소식만 들려오면 그냥
좋은걸 어떡하나. 그것도 첫날부터 하루에 하나씩 골고루 따내는게 참
신통도 하다.

금메달 땄다 하면 이번엔 선수가족들에게 각계각층으로부터 "뭉칫돈"이
금방 몰려든다. 가로되 "금일봉".

한바탕 신바람이 몰아치는 잔칫상에 이러한 축하금은 우리만이 지닌
금상첨화다.

참 사람들이란 이상도 하다. 그 봉투에 얼마나 들었을까 하고 궁금증부터
고개 쳐드니 말이다.

첫 금메달을 딴 사격의 여갑순선수 부모에게 27일 전달된 대통령의
금일봉은 200만원.

따로 서울시장과 교육감도 금일봉을 내놨고,줄줄이 구청장등
관계기관장들이 금일봉대열을 이었단다.

한데 매일 하나씩 금메달행진이 계속 되는데다 행여 기관장의 봉투가 더
두꺼워져 "불경"을 저지를까봐 부랴부랴 내무부에서 "금일봉 지침"을
만들었다는것.

시장 도지사는 50만원,구청장 군수 20만 30만원 하는식으로.

전부터 수재민돕기등 모금때면 지체높으신 분들은 어김없이 액수를 밝히지
않고 "금일봉"인거다. 그러니 그 내용이 궁금증을 더해준다. 금액을
밝히면 불경스럽다는 건지,쑥스럽다는건지 알수가 없다. "돈 보기를 돌
보듯 하라"는 점잖은 체통 지상관행이 누룽지 눌어붙었는가.

돈 뿐만이 아니다. 신문의 사원모집광고에 보면 모집인원이 하나같이 "
명"이다.
명이라면 "두자리 숫자"인것은 분명한데 이건 10명도 될수 있고
99명일수도 있으니 종잡을수 조차 없다. 오히려 짜증스럽다는게 옳다.

" 명"이란 표기법이 언제부터 쓰여졌는지는 모르지만,여기의 " "은
아라비아 숫자의 "0"의 개념인 곧 영(Zero)을 뜻하는건 물론 아니다. 이는
문장속에 아직 밝힐 수가 없는 이른바 "숨김표"로 쓰이는 인쇄상의
부호(Cipher)일 뿐이다.

이 묘한 비밀주의는 분수에 걸맞지않게 목에 힘주려는 "한국형
허세병"인거다.

라이벌회사가 신입사원 300명을 뽑는다는데 우리가 꼭 필요한 90명만
모집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니 10명쯤 떡으로 붙여 100명 훨씬
넘기는것처럼 " 명"으로 모집광고를 낸다는,그런 허풍선이유인가 보다.

체통과 비밀과 허세로 비빔밥을 만것이 "금일봉"인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