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곳은 많은데 세입은 빠듯하여 정부예산편성작업은 늘 어렵다. 그런데
내년 예산이야말로 일찍이 보기 드물게 편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40여년간의 재정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되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경제기획원이 엊그제 국무회의에 보고했다는 "93년도 예산편성여건"은
이런 어려움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질경제성장률을
7%,GNP(국민총생산)디플레이터를 5 6%로 예상할 경우 내년 세수는 전년보다
15.4% 늘어난 38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저런 경로로 이미 약속을 했거나 혹은 검토중인
근로소득세감면,중소기업 세금감면등으로 일반회계의 실제세입은 13%정도
늘어난 37조5,0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적자예산을 짤 생각이라면
모를까,예산당국은 결국 지출을 세수범위내로 억제해야 할 상황에 있다.
세간에서는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으며 13% 팽창도 지나치다는
견해가 많다.

이와 같은 현실여건에서 경제기획원은 결국 첫째 공무원봉급과 증원을
동결하고,둘째 유류및 자동차관련 특별소비세를 목적세로 전환해서 도로
항만등 꼭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제도적
장치마련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해예산에 얽힌 문제는 예산당국이 말하는 정도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장차 여야정치권으로부터 어떤 압력이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그런 요구를 차단할 확고한 의지와 범국민적 합의가 절실히
요망된다.

위에 말한 경제기획원당국의 방침에도 문제가 있다. 본란은 우선
공무원봉급동결 방침에 찬동할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고 절감효과가 미미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다. 바른 접근은 증원동결정도가 아니라 과감한 행정규제 완화와
기구의 축소정비를 통해 인원을 대폭 줄이는 한편으로,공무원 처우를
동결할게 아니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그게 행정능률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공무원들이 부정과 비리유혹에서 멀어지게 하는
근본대책도 된다.

6공화국 출범 4년반동안에 늘어난 공무원은 중앙과 지방을 합쳐
총16만명이 넘는다. 5공7년간의 10만명보다 60%가 더많다. 동결운운
한댔자 믿을 사람이 없고 될 일도 아니다. 정부기구 조직의 일대 개혁이
있어야 한다.

한편 목적세신설은 단지 일시방편일뿐 근본대책이 아니다. 어렵겠지만
좀더 설득력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