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이후 기업의 이익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재계가 최근 "경제계가
바라는 새정부의 국가경영"이라는 이름의 정책건의서를 내놓았다.
전경련회장단이 지난 14일 공식채택한 이보고서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기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산업 재정 금융 교육 행정등
6개분야 21개과제로 폭넓게 다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기본방향은
시장원리의 존중과 정부규제의 완화,그리고 산업경쟁력의 강화라고 말할수
있다. 우리경제가 민간자율경제로 나아간다고 볼때 기본방향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과제에서는 의견이 다를수
있으므로 몇가지 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규제를 크게 줄이고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같은 의견이다. 가격이나 물량에 대한 규제는
시장질서유지를 위해 어쩔수 없는 때에만 이용되어야 하는데 행정편의에
따라 너무 자주 이용된 인상이 짙다. 또한 절차 관행등 행정규제가 전체
정부규제의 36. 4%나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 이유에서든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인사권독립을 포함한 금융자율화가
시급함은 더이상 되풀이할 필요가 없으며 통화관리도 직접관리에서
간접관리로 바꿔야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시장질서유지와 효율향상,그리고 금융기관의 공신력강화를 위한
정부규제는 계속되어야 하며 오히려 강화되어야할 점도 있다. 따라서
정부규제는 편익과 비용을 따져 될수록 줄이며 필요한 경우에도 일관성과
공정성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재정지출은 적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입내세출의
원칙을 어기더라도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요구한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경제는 오랫동안 경제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환경보호 보건위생
불우이웃돕기등 복지향상을 위한 공공재투자에 소홀했다. 이에따라
소외계층의 불만이 쌓이고 황금만능풍조로 강력범죄와 부정부패가 활개치는
부작용을 낳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어려운 이들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재정기능을 활성화해야겠다.

그렇다면 여기에 필요한 엄청난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등의 탈세를 막고 세무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세입을 늘려야한다. 얼마전 몇몇 일선세무공무원의
구속이 세무행정의 마비가능성마저 불러일으킨 예에서 보듯이 세정의
근본적인 정비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또한 전경련건의서에는 빠졌으나 국방예산및 기구축소 공무원감원을 통한
일반행정예산의 감축이 필요하다. 통일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력난해소 자원배분의 효율향상을 위해서도 국방예산은 줄여야한다.
아울러 6공이후 정부기구와 공무원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일반행정예산을 줄일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다만 재정의 복지기능강화는 세입을 늘리고 경직성예산을 줄이면
세입내세칙원칙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경련의 요구대로
세입내세출의 범위를 넘는 적극적인 재정운용도 때로는 필요할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초과하면 물가상승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셋째 우리의 부존자원이 적고 과학기술개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교육및 과학기술투자를 늘리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기술직업훈련과 전문기술교육의 질을 높여야하며 이를위한 시설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력양성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렵게
양성된 기술인력이 엉뚱한 직업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전공분야에서
일하고있다 해도 실력배양에만 힘쓰게끔 유인제공과 공정한 능력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불법적인 땅투기나 돈놀이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기술개발을 위해 애쓰는 기업과
기술인력의 사기를 꺾는 일로서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밖에 도시용토지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레 추진되어야 하며 행여 재정지출의 확대와 통화관리방식의 변경이
안정기조를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동서냉전이 무너지고 남북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지금 다가오는
21세기를 맞아 국가경제의 보다나은 앞날을 위해 각자의 의견을 활발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의 이번 건의서는 이점에서 알맞은 시기에
좋은 자극을 주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