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지펄프업계에서 계열을 초월한 대형합병이 성사됐다.

구왕자그룹계열로 분류되는 십조제지와 부용그룹계열의 산양국책펄프는
9일 양사가 오는 93년4월1일자로 1대1합병을 실시키로 했다고
전격발표했다. 양사는 조만간 합병위원회를 설치,사명등 상세한 내용을
결정한뒤 10월1일 정식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12월엔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번 합병은 심각한 불황극복을 위해
양회사가 공동전선을 편것으로 풀이된다.

업계2위에 랭크돼 있는 십조제지는 지난해 경상이익규모가 49%나 급감했고
산양국책펄프(업계5위)는 상장이후 첫 적자를 냈었다.

일본제지업계는 호황때인 80년대말 치열한 설비투자경쟁을 전개해왔으나
최근엔 경기하강의 영향으로 공급과잉현상이 빚어지면서 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공급과잉을 어느정도 해소하는 한편 업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합병으로 신설되는 회사는 업계최대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십조제지매출액(91년 3,921억엔)과 산양국책펄프의 매출액(2,940억엔)을
합할 경우 현재 선두업체인 왕자제지(4,758억엔)를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이회사는 주력분야인 인쇄 정보지 뿐아니라 신문용지분야에서도
2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일본제지메이커들은 업계판도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긴장과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통산성은 이번 합병에 대해 "업계체질을 강화한것"이라고 환영하는
입장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역시 독점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려
합병에 대한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보이다. 합병하는 양회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차대전후 미군정당국이 실시한 재벌해체에 따라 분해됐던
구왕자제지(왕자제지 십조제지 본주제지등으로 분할)계. 매출구성비는
양지 80%,정보용지 9%,가공용지 9%등이며 생산공장은 6개.

46년 산양펄프로 설립됐고 72년 국책펄프와 합병. 제품구성비는 양지
59%,목재 건재 26%등이며 생산공장은 5개.

<이봉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