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는 "모방이 끝나는 곳에서 예술이 시작된다"고 했다.
진정한 창작이란 기존의 예술형식을 타파하고 새로운 예술형식을 만들어
내는데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도 그러한 진짜 예술가중의 한사람이다. 온
세계가 그를 한마디로 "비디오아트의 세기적 천재"라고 극찬 할만큼 그의
예술세계의 독창성은 두드러지고 있다.

1963년 서독 부페르탈시 파르나스화랑에서 텔레비전 수상기 13대와 피아노
3대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의 비디오아트전시회를 갖기전까지만 해도
전위음악에 심취해 있던 그였다.

전자장치에 의한 합성음악인 신시사이저 뮤직을 하던 그는 콘서트도중에
객석에 있는 스승과 관객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르고 피아노를 때려
부수는가하면 토플리스의 여성 첼리스트와 함께 연주를 하는등 기상천외의
행위예술로 구미예술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문화테러리스트"라는
극단적인 지칭이 붙여질만한 기인이었다.

"60년대초반만 하더라도 신시사이저뮤직을 하는 사람이 10명쯤 되었고
비디오예술가는 아무도 없었어요. 10명이 해서 10등을 하느니보다는
혼자서 1등을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비디오아트를 시작했지요"
영상매체시대의 도래를 일찍이 예견한 그의 기발한 착상이 20세기
미술사에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정착시키게 만들었다.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를 유랑하면서 발표한 작품은 수없이 많다. 인간이
과학문명때문에 비인간화될 것이라고 예견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바로 그해 정초 전세계에 동시위성중계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전자시대에
대한 낙관적 미래관을 투영한 "로보트"연작,종교 예술 교육 교통 통신 국가
생활등 13개 주제를 텔레비전 모니터로 구성한 "파우스트",86년
서울아시안게임때 서울 동경 뉴욕에 동시위성중계된 동서의 만남을
주제로한 "바이 바이 키플링"등..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창시 3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대소규모의 전시회와
국제심포지엄이 잇따라 열릴 모양이다. 아무쪼록 그들 행사가 "기존예술의
형식과 우상 파괴"라는 그의 정신을 오롯이 살려주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