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를 오른쪽으로 돌려라"
"빨간마후라"같은 영화에서 처럼 비행기를 조종할때 나오는 비행술관련
명령이 아니다. 인하대공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춘배교수의 지시에따라
실습대에 앉은 학생이 레버를 당긴다. 교수나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무더위쯤은 대수롭지않다는 모습이다.

비행시뮬레이터의 모니터엔 비행상태를 나타내는 자료가 떠오른다.
비행기 날개의 변화에 따르는 공기의 움직임을 비롯 풍향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등이 나타난다. "외부변화요인을 중심으로 비행제어 프로그램을
작성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시오"이같은 주제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비행제어공학 강의가 끝났다.

항공우주공학과라고 하면 비행기나 우주선을 몰고 비행하는 조종사를
가르치는 교육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대기권과
우주를 비행하는 비행체의 비행공학을 비롯 설계해석및 운용에 관한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이 핵심이다.

항공우주공학강좌에 활용되는 실습장비인 비행시뮬레이터도 항공사에
설치된 비행사모의비행프로그램이 아니라 비행체가 날아가면서 발생하는
여러현상을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교수와 학생이 항공기의 구조나 성능을
어떻게 개선해야하는가를 연구하게된다.

실험실습장비의 확충이 바로 이학과가 추진하고있는 핵심과제이다.
비행시뮬레이터의 경우 외부에서 도입한 실험실습장비가 아니다. 박교수와
대학원생및 대학생들이 연구를 거듭하면서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9월 설치돼 두학기째 학생들의 실습에 쓰이고 있다. 도입도
중요하지만 연구활동으로 장비를 자체확보한다는 뜻이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는 교수와 학생들이 시뮬레이터의 소프트웨어(SW)를 지속적으로
개발,현장학습을 하면서 학습자료를 늘려갈 계획이다.

"항공우주공학과는 이론적인 학습보다 실제상황에 가까운 변화요인을
토대로 학생들이 직접 비행체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실습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우리학과 교수들이 실험실습장비확충에 힘쓰는 것도 이같은
이유입니다"김기욱학과장은 사립대학의 빈약한 재정에 비추어볼때 어려움이
많으나 알찬 공학교육을 시도해보겠다는 사명감으로 교수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힌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학과는 비행시뮬레이터를 비롯 터널속에
모의비행기를 넣고 공기역학을 연구하는 풍동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풍동실험실은 자동차에 관한 실험도 할수 있어 외부의뢰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실습효과를 높여준다.

강도를 테스트하는 항공기구조실험실이나 가스터빈및 피스톤엔진등
추진기관실험실과 연소실험실등도 이학과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학습장비들이다. 3학년과 4학년에서 각각 2학점씩 이수토록 돼있는
실험학점을 94학년도부터 4학점으로 높이려는 방안도 장비확충에서 나온
결실이다.

산학협동의 강화는 또다른 실천과제가 되고있다. 임달연교수는
"실습장비확충에 이처럼 교수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겸손해하면서 산학협동의
차원에서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도 이같은 점을
보완키위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그중 한가지가 항공관련회사에 학생들을 인턴사원으로 내보내는 제도이다.
대한항공김해공장과 삼성항공및 대우중공업의 창원공장등 항공3사를
주축으로 여름방학동안 1주일간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고있다.
항공3사와 공군은 항공우주공학과 학생들에게 현장견학도 지원하고 있어
초보적인 학습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교수들은 고마워한다.

산업계쪽에서 이같은 지원을 하고있는 점은 교육의 현장화라는 차원에서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수 없다. 교수들은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인턴사원을 받아주는 회사들이 줄고 인원도 축소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전문엔지니어를 육성한다는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수진 역시 보강되고있다. 교수진을 충원하는 것이 어렵기는 여느대학과
마찬가지여서 산업계의 전문연구진을 초빙,강의를 맡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인하대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알찬교육을 받을수 있도록 유능한
교수진을 확보할수있는 길을 산업계에서 찾고있다.

현재 교수진은 모두 7명으로 2백40명의 대학생과 20여명의 대학원생을
교육하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대한항공항공기기술연구원을 비롯
국방과학연구소및 공군과 협력,교수요원을 지원받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이 취약한 이유중의 하나로 항공학과 관련한 설계개발및
분석인력의 부족이 꼽힙니다. 학사출신은 설계및 개발분야에,석사및
박사는 분석분야에 필수적인 전문인력이지요" 김범수교수는 국내
항공관련기업들이 제작인력의 확보에만 치중하고있다고 지적하면서
항공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고급인력을 양성,시스템엔지니어로 활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산.학협동도 이같은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하대공대 항공우주공학과는 요즘 새로운 기대에 부풀어있다. 재단측인
한진그룹에서 공대육성자금으로 3년간 45억원을 지원하는 기금중 2억원을
할당받아서이다. 남들이 볼때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이를
활용,비행기구조공학교육에 활용할 CAD(컴퓨터지원설계)시스템을 갖출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교수들은 자그마한 지원에도 감사해한다.

<인천=노삼석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