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있는 화학제품생산업체인 H사의 김모사장(49)은 지난 5월초 한장의
공문을 받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동부 부천사무소에서 날아든 이 문서는 불법체류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고용자와 근로자 모두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문 끝부분에는 정부가 이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으니 양지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공문은 노동부 지방관서가 전국의 50명이상 고용사업장에 모두 보낸
것.
7명의 방글라데시인을 데리고 있는 김사장은 지금까지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진 신고하자니 외국근로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고 그냥 쓰자니 언제
적발돼 처벌될지 몰라서이다.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인은 대부분 김사장과 비슷한 처지다.
전부 불법취업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 도금 염색 주물등 이른바 3D업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들은 더욱 심각하다.

외국인들을 전부 내보낼 경우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고 사람을
구하러 또다시 헤맬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불법체류외국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불법취업자는 추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단지 업체사정을 감안해 자진신고기간(6월10일 7월31일)을 설정,처벌을
감면하고 체류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최근 정부의 방침을 충격적인 조치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묵인해온 정책을 일시에 전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업계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몇가지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합법적인 외국인연수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외국인기술인력연수제를 도입했지만 중소업계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채용된 1천8백명은 모두
대기업이 도입한 인력이다.

대상기업이 해외에 기술을 수출했거나 합작투자를 한 기업등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어서이다.

정부는 이같은 현실을 감안,3D에 속하는 제조업종인 도금 주물 기계등의
업종에 1만명정도의 해외인력을 연수명목으로 쓸수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미 관련 협동조합에선 필요인원을 취합,상공부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빠르면 오는 9월부터 이들 업종은 합법적으로 해외인력을 고용할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3만 4만명선으로 늘려야 한다는것.

뿐만 아니라 대상업종도 중소제조업 전체로 확대하고 연수기간도 현재의
최장 1년에서 2년으로 늘린것을 요청하고 있다.

둘째 외국인 취업자에 대한 관리와 취업알선창구를 각각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취업과 관련된 부처는 법무부 상공부 노동부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외국인취업문제에 대해 앞장서려는 부처도,책임있게 일을
추진하려는 부처도 없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알선창구는 아예 없다. 브로커가 날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골탕먹는 것은 중소기업뿐이다.

기협중앙회나 업종별 협동조합으로 창구를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셋째 제조업인력난해소책을 내실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인력난완화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중소기업이 도움을
받을수 있는 시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산업체 병역특례제등 각종 시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처벌을 무릅쓰고 불법체류외국인이라도 쓰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취업확대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각종 부작용을 염려해서다. 이미 외국인을 고용했던 독일 일본 미국등
선진각국이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취업만료후 출국거부 국제결혼 2세출산 범죄문제등.

특히 노총은 이에대해 강력히 반발하고있다.

조한천 노총정책연구실장은 "외국인취업확대는 국내근로자의 고용조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자는 느는데 일손은 부족한 노동시장의 2중구조를 해소해 인력문제를
풀어야지 외국인력에 의존하려해서는 안된다는 것.

경희대 김수곤교수도 "건설이나 일부 서비스분야에서 해외인력을 쓰는
것은 고려해볼수 있지만 제조업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외국인력을 빌미로 저임구조가 유지될수 있고 자동화투자가 지연될 수
있어서다.

외국인채용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중기인력난도 더이상 방치할수 없는 문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해외인력을 쓰는 방안을 정부와 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