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서로 이동한다. 시장도 서진,동반구로 옮겨진다.

맨해턴. 시간은 오후4시. 그리스신전을 연상케하는 장중한 열주양식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선 폐장의 벨이 울린다. 차임벨은 동경에선
새벽전화신호로 바뀐다. 그날 "장세"의 배경에 관한 증권맨들의 첩보다.
동시에 월가맨들의 이목은 동경증시에 쏠린다.

뉴욕의 샐러리맨들이 가족과 단란하게 저녁식탁에 둘러앉는 7시는
동경증시가 열리는 아침9시. 동경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귀가를 서두르는
6시는 런던증시가 문을 여는 9시다.

뉴욕 동경 런던. 세계3대증시간 거래가 겹치는 시간은 런던과 뉴욕시장간
1시간반뿐이다.

거리상의 격리에도 불구하고 장세의 추이는 연동돼있다.

이것이 바로 국제금융혁명아래서 나타난 세계증시의 소안이다.

컴퓨터용어로는 이른바 온라인화.

이 시장정보의 온라인화로 글로벌적인 리얼타임거래의 문이 활짝
열리게됐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월터리스턴은 이를 두고 경제의 정보본위제에로의
이행이라고 지적한다.

국경없는 금융거래는 위험도 수반한다. 그래서 제도적인 안전장치로
탄생한것이 G7.86년의 일이다.

금융혁명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전미증권협회가 71년
NASDAQ(점포자동지시전달시스템)를 개발하면서다.
아멕스(아메리카증권거래소) NYSE(뉴욕거래소)에 대항,여기에 가입되지
않은 소규모회사들을 끌어모아 총연장 2만마일에 이르는 전화회선으로
딜러의 오피스에 단말기를 설치했다.

79년 추가고도화가 되고 83년엔 CAES란 완전자동화시스템으로 개체되어
90분이내 모든 거래는 전산처리된다. 트레이더는 거래소에 나가지 않아도
전화 텔렉스로 거래를 할수 있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금융혁명전선은 확대된다. 시카고상업거래소는
싱가포르거래소와 제휴,24시간거래를 행한다. 런던거래소는 아멕스를 비롯
몬트리올 암스테르담 시드니 밴쿠버등의 증권거래소와 제휴,주식뿐아니라
금 은 석유 금속옵션거래에 관한 정보교환을 한다.

주식정보는 토지 주택등 부동산가격의 추이와 연동된다.

이제는 골프회원권조차도 전화로 팔고 사는 유통시장이 형성돼 있다.
일경신문엔 주2회 골프회원권 시세표가 게재된다.

이러한 경제의 연동화를 국제 자금흐름의 측면에서 보면 버블경제의
생성과 소멸의 프로세서가 확연히 드러난다.

통일전 거대한 서독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제자금의 가장 굵직한
파이프였고 이 돈이 유러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는데 이것이 버블의 원흉이
된다.

가령 도이치방크는 영국의 버클레이스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데
버클레이스은행은 프랑스 클레디요네은행에 빌려준다. 이돈은 다시 미국의
모건은행에 전대되고 모건은행은 다시 일본의 주우은행에 빌려준다.
외국으로부터의 거대한 유동성의 유입이 일본에서 버블을 일으킨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되자 유러시장에 들어갈 돈은 없어지고 결국 자금의
진공에서 거품은 꺼지게된다.

금융혁명을 가능케 한것은 물론 통신 컴퓨터의 기술진보에서다. 10여년전
슈퍼컴은 대형 캐비닛만한 것이었으나 지금의 휴대용 컴퓨터는 같은 성능
용량에도 불구하고 미니화돼있다.

통신 금융혁명이 일으키고 있는 파동은 계속 된다. 이번엔 국제무역에
대한 충격이다. 즉 국제수지의 내용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무역통계방식은 19세기적인 국가주의척도로
돼있다. 그런데 이 계산법이 아주 우습게 됐다. 90년대로 들어서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실이다.

그 변질의 프로세서는 이렇다. 금융국제화가 경제를 보더리스화시키고
여기서 현지투자 국제분업이 전개된것 까지는 흔히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하버드대케네디스쿨의 R 라이크교수에 의하면 경제의 보더리스화가 기업을
종래의 다국적형태와는 다른 글로벌웨브(거미집)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무역이 이제는 국가대 국가의 도식으로 볼수없게됐다는 것이다.

90년이전까지는 그랬으나 이후부터 그런도식으로 계산을 할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어느특정의 수입된 상품이라도 그안엔 "수출몫"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어느 소비자가 GM의 콘티악르망을 1만달러에 구입했다고 하자.
지불된 1만달러중 3,000달러정도는 루틴한 노동자의 조립작업비로 한국에
배당된다. 1,750달러는 엔진 차축 전자부품등 첨단기술제품비로 일본에
지불된다. 750달러는 스털링과 디자인대금으로 구서독의 기업에,또
400달러는 이런저런 사소한 부품대로 대만 싱가포르 일본에 지불된다.

그리고 250달러는 광고와 마케팅비로 영국에,50달러정도는 데이터처리비로
아일랜드 바베이도스에 지불되고 나머지 4,000달러는 디트로이트의 전략가
뉴욕의 금융가 법률가에,그리고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에게 배당된다.

최근 뉴스위크지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계산한 작년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9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마도 글로벌웨브 시스템에 접근된
계산법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다면 슈퍼301조 부활책동 따위는 아주 웃기는 일이 된다.

무역마찰논쟁도 헛된 정치투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