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대증권사중의 하나인 뉴욕의 베어 스턴스사의 그린버그회장이
어느날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둘러보게됐다.

사람들이 없는데도 전등이 환하게 켜져있는 사무실이 많았다.

그린버그회장은 집무실로 돌아와 "돈이 불타고 있다"는 제목의 절약과
절전을 강조하는 특별메시지를 만들어 각 부서장들에게 시달했다.

차기대통령후보의 한 사람인 로스 페로를 재정적으로 후원할 정도의
그린버그회장이지만 몸에 밴 절약정신이 "돈이 불타고있는"현장을 그냥
지나칠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외출할때마다 자기방의 전등을 손수 끄는
열성을 보인다고 한다. 사소한 일같지만 절약이란 것 자체가 이같이
조그만 일에서 부터 실천에 옮겨질때 회사전체로는 크나큰 원가절감의
성과를 거둘수있음을 잘아는 경영자의 정열이라고 여겨진다.

호황기를 맞았던 지난 80년대 후반에 우리는 각자의 소득이 계속 불어날
것으로 믿고 소비수준을 늘려왔다. 너도 나도 넓은 집,큰 자동차,더
편리한 최신의 가전제품만을 찾았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제수지의 흑자기조가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판단,89년부터 해외여행 해외송금을 자유화하고 해외투자를 장려하면서
외화를 많이 쓰도록 적극 권장하는 시책을 펼쳤다.

2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의 우리상황은 어떤가. 무분별한 소비증가로
국제수지는 큰폭의 적자로 바뀌어 버렸고 기름한방울 나지않는 나라에서
석유소비증가율이 세계1위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소비증가에 따라 우리경제는 89년이후 저축율이 투자율을
밑도는 허약한 체질로 바뀌게 되었고 이는 급기야 주식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우리경제가 축소되고 역진되는 현상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한
단위의 돈이 우 축적도를 높여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경제는
확대재생산되지만 반대로 이를 비생산적인 곳에 소비해 버리면 "매몰된
원가"(sunk cost)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면서 경제는 축소국면에
진입한다고 한다. 따라서 저축률이 투자율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수출신장이 내수증가를 앞지르지 못하는 현상,물가와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현상,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이 비대화하는 현상등은
한마디로 "돈이 불타는"현상이며 과소비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여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고도산업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기술개발과
첨단설비투자는 절약을 통한 저축으로 마련된 안정된 재원으로 그 충당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원활하지 못할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가가
6년여에 걸쳐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경제의 미래를 일본인들이 큰 걱정
안하고 낙관하고 있는것은 저축열기가 항상 투자율을 앞서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 미래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물가상승과 비례되는 저축자의
요구수익률보다 실제 나타나는 실현수익율이 낮을 경우 저축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요인이된다. 현재의 우리금융상황이 이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각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고금리상품을 앞다퉈
개발하고있는 것도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수
있다. 특히 정부가 7월부터 대폭적인 세금감면혜택을 부여하면서 까지
"근로자주식저축"상품을 새로 선보이게 한것은 우리경제활성화의
돌파구라고 할수 있는 저축증대를 겨냥한 것임도 쉽게 알수 있다.

주가의 거품소멸은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주식시장의 침체는 현재와 같은
직접금융의 대폭적인 규모축소로 실물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활성화는 어찌보면 경제회생을 위한 절대적인 당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근로자주식저축"에 대한 일반근로자들의 인식이 확산되어 시장에
주식수요로 나타나면 그동안의 경기부진과 주식의 공급과잉,주가하락과
증권시장의 침체,가중된 기업자금조달난과 고김리현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수 있을것으로 본다. 또 저축증대를 통해 주식시장이
정상화됨으로써 그 본래의 원활한 자금순환기능을 회복하여 우리
국민경제에 활력을 가져다 주는 "선순환의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해본다.
돈을 불태우기보다는 절약을 통해 저축으로 이어지는 생활의 지혜가 절실한
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