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른바 "신산업정책"의 정확한 내용과 타당성을 놓고 정부와
업계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져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주제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경제력집중의 완화라고 할수 있다.
경제력집중을 생산 소유 사업다각화등으로 다시 나누어보면 생산집중은
독과점규제,소유집중은 주식분산등 소유와 경영의 분리,그리고
사업다각화는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업종전문화등의 정책과제와 직결된다.

독과점규제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시행되고 있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엄격하게 물리는 것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그렇다면 업종전문화를 통한 국제경쟁력강화를 이룰수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을 가능케하는 금융지원의 고리를 끊는
것으로 상호출자와 상호지급보증의 규제가 핵심이다. 이중에서 상호출자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이미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빚보증의 규제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재무부와 은행감독원은 지난 6월30일 30대계열기업군에 포함된 기업의
상호지급보증규모를 6월말 수준으로 묶고 이를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30대계열기업군소속 상호지급보증규제방안"의 적용대상은 30대계열기업군
소속 982개 업체에서 392개의 해외현지법인,50개의 제2금융권 금융기관,이
미 규제를 받고 있는 76개의 주력업체를 뺀 464개 업체이다.

빚보증한도를 위반한 경우 금융기관은 기관경고,관련임직원의 문책등
제재를 받으며 위반기업은 주의환기,시정조치,여신중단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그룹소속 계열기업사이의 빚보증을 통한 연결고리를 끊어
독립경영을 유도하고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의 정리를 촉진하여 국제경쟁력
강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또한 계열기업군에 대한 대출편중을 막고
특정계열기업의 경영악화가 그룹전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지지 못하게하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이번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몇가지 점에서 보완책이 있어야함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첫째는 계열기업군의 빚보증규제가 경제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기때문에
후속조치의 일정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지난 4월말에 밝힌
재무부안에는 빚보증한도의 동결에 이어 그룹별 기업별로 지도비율을
정하고 다시 이비율을 차츰 낮추는 3단계 방안을 올해안에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빚보증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않아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는데 계획을 세울때부터 내용및
추진시기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있어야겠다.

둘째로 현재의 금융풍토에서 빚보증이 사업다각화로 위한 유력한 수단임을
고려할때 사업다각화에 대한 시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는동안 무분별한 다각화와 외형팽창의 부작용은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기업경영에 따르는 위험분산,서로 다른 업종사이의
기술교류,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등을 고려할때 어느정도의
사업다각화는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 3월말현재 30대계열기업군의 맞보증규모는 113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61. 1%,총대출액의 199. 8%에 이른다. 이중에서 삼성 대우
현대 한진 럭키금성 등 5대계열기업군의 맞보증액만 72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한도의 축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킬 염려가 있으며 반대로 규제규모가
너무 작으면 규제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염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현실에 맞춰 적절한 범위의 사업다각화와 이에따른
맞보증을 당분간 인정해줄 필요가 있으므로 적정범위와 인정방법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겠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력업체대신 주력업종을
인정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셋째는 상호지급보증의 규제내지 축소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정책목적을
순조롭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제도의 정착과 담보대출 복보증요구등
현재의 금융풍토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서둘러야 할 대책이 적지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금융자율화를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시행하는 것이라고 요약할수있다. 신용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심사기법의
개발 신용정보의 축적등에 못지않게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대출여부를 결정하고 경영개선에 힘써야 하는데 관치금융의 풍토아래에서는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대로 이제 어려운 첫발을 내디딘 이번
조치의 의미있는 결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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