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어깨가 축 처져있다. 기개가 없다.
감량경영이 유행한다. 이런 침울한 속에서 "일본기업의 야망"이니
"일본기업,이래서 강하다(얼굴없는 회사인간)"등 일본경제가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을 그린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 서점가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마치 기울고 있는 한국과 더 높이 떠오르는 일본을 말해주는것
같다. 한국이나 세계에 관한 내용의 책들이 극심한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속에서 일본에 관한 책들만 호경기인 것이다.

금주에 92년 하반기가 시작된다. 총선을 치르고 성급하게 대선준비에
들어간 정국은 대국민봉사와는 아랑곳없이 상반기 반년을 허송세월하고
오늘 14대국회가 문을 연다. 선량들이 정신을 차릴지 두고 볼 일이다.
경제는 또 어떠했나. 소모적인 경기논쟁과 신산업정책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물속에 현실경제에 대한 뚜렷한 대응없이 금쪽같은 상반기를 낭비했다.
정치 경제할것없이 모두가 "모션"만 쓰고 만 셈이다.

하반기도 또 상반기처럼 어물어물하여 이나라경제를 구렁텅이에 빠지게
할것인가. 결코 그러리라곤 보지 않지만 대선이 자꾸 가까워진다는
시간성에서 그런 우려를 없앨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실진단을 냉정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산을 써서 비를 안맞는다고 하여 "비가
안온다"고는 말할수 없다. 비올때는 비오는 것을 알아야 둑이 안무너지게
할수있고 맑은 날에 대비할수도 있다. 정부나 재계가 서로 우겨대지말고
현실진단을 올바로 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얼마전 한국의 주요산업이 2001년에는 세계5위권으로
진입할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전자는 4위,자동차5위,조선2위,일반기계는
6위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분야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게 되어
주요산업경쟁력에선 5대경제강국이 된다는 얘기와 같다. 비록 설득력이
부족하긴 하지만,그같은 야망은 바람직하다. 의지가 있어야 실현도 있을수
있다.

4년전 일본에서 발간된 한국경제에 관한 어느 책에선 2000년대에는 한국이
세계4대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장미빛 전망을 했다. 한국은 1980
90년사이 세계최고의 연평균 실질성장률 8.7%를 나타냈는데 2000년대에도 7
8%의 성장을 유지하면 4대경제강국이 된다는 계산이다. 산업연구원의
주요산업전망은 이보다는 대폭 후퇴한 것이지만 그나마도 실현성이 문제다.

한은은 상반기의 7.4%실질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는 7.2%로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7%이하를 예측하는
곳이 많다. 어떤 경우건 방향은 감속현상이 아닐수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정성장률에 접근하는 것으로서 바람직한 경제안정화국면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물가 국제수지개선조짐과 함께 한국경제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문제의 골이 더 깊어져가고 있다는 것이 또하나의 견해다. 1
5월중 중소기업도산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3.5%가 늘어났으며 새로운
기업의 창업은 서울의 경우 작년보다 15.6%나 줄었다. 이같은 기업활동의
침체를 안정화과정이라고만 태평스럽게 단정할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기업들이 재고가 쌓이고 자금난에 허덕이며 투자를 할수 없는
입장에 있기때문에 한국경제가 침체화로 들어가고 있으며 성장잠재력을
잃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뛸 선수들이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는데
어떻게 주력이 나오는가.

정부는 경제의 축소균형에 집착하고 있는것 같다. 주택2백만호건설에
따른 각종 부작용은 한정된 자원을 한곳에만 집중하여 일어난 일인데,이에
놀라 무조건 확대는 과열이고 축소는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우리는 이제 균형을 수반하는 확대,즉 확대균형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강화시켜 선진권에 이를수 있는 길이라는 원리를
다시 새겨야 한다.

축소균형 저성장으로는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5대주요산업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지금 선진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같은
정책을 쓴다면 선진국진입은 결코 이룰수 없다. 선진국보다는 돌출적인
성장률을 보여야 간격을 좁힐수 있다. 수출이 적정하게 늘지않고 수입이
줄어서 개선된 국제수지호전은 한국경제의 호전일수 없다. 경쟁력을
강화시켜 수출이 증대되는 국제수지균형을 취해야 한다. 경기진정을
내세워 "축소속의 안정"을 찾지 말고 "확대균형속의 안정"을 찾자는
것이다.

곧 나타날 하반기경제운용계획에선 한국경제가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기개를 솟구치게 할수있는 내용들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기업들의
다리에 힘이 다시 붙게 하여 다시금 뛸수있게 해야한다. 선진경제 실현의
꿈을 더욱 멀게 하는 정책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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