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의 명장 박인주씨(44)는 한강변 워커힐 아파트에 창호문을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더 유명하다.

끌과 대패,그리고 망치와 톱을 들면 평범한 나무도 고색창연한 전통미가
되살아나는 창호로 변한다.

창호에는 목공의 숨결과 철학이 그대로 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씨의 창호는 언뜻 보기에는 다른제품과 별차이 나지 않는것 같지만
창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창호제작의 1인자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무의 제재,부재간 간격두기,균형과 비례등의 부분에서 뛰어난 감각이
발휘돼 완성품의 경우 매끈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창호제작은 마음을 다지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제작에 앞서 그의
머리속에서는 도면이 수없이 그려지고 또 지워진다.

마침내 도면의 구도가 완성되면 설계를 마치고 작업에 들어간다.

완성품이 마음에 들지않을땐 원인을 찾아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나무로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자신있다는 그는 전 제작과정에서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27년간의 수련끝에 한 영역을 개척한 장인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수백년묵은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나무속 무늬결을 짚어 용처를
결정할만큼 경지에 오른 그는 남다른 작업경험을 많이 갖고있다.

지난82년 사우디의 세계은행 총재사무실 칸막이공사에서 그의 솜씨와
장인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공사내용은 가로 세로 각각 3m크기의 창호 50장을 제작,두겹씩 이어붙이는
것이었다.

총길이는 무려 36m.

창호안에는 6각형의 벌집문양이 수없이 연결되는 형태로 한개의 창호에는
2천8백50개의 부재가 소요됐다.

시제품을 만들어 보낸 결과 5개국의 내로라하는 기능인들을 물리치고
그에게 작업의뢰가 왔다.

도면만 보고 만드는데 1년,완성품을 보내 설치하는데 6개월이나 걸린
대공사였다.

공사가 끝난후 사우디에서는 창호가 미리 제작된 테두리안에 정확하게
들어맞았을뿐 아니라 가운데 유리사이로 비친 두겹의 창호문양이 정교하게
일치하더라고 놀라워하면서 감사하다는 연락이왔다.

지난해엔 청와대 건물신축공사 내장부문공사를 맡아했다.

밑보다 위가 5 가 좁은 로비의 받침기둥 8개를 나무로 덧씌워주고
불규칙한 나선형의 로비계단난간을 제작해 주기도 했다.

지난 47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한 박씨는 그시대의 표상인 가난을 안고
자랐으나 유달리 나무만지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그가 목공에 대해 완전히 눈을 뜨게된것은 군을 제대한 71년부터.

대학생들의 졸업작품,전시회출품작등 7천여점을 제작하면서 목공에 대한
장래를 내다볼수 있었다.

나무를 보면 동시에 그에 어울리는 형상이 겹쳐보일정도로 안목이
높아졌다. 서울에서 동신목공소를 경영하는 박씨는 "앞으로
소품가구제작에 손을대보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김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