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보는 시각에 정부와 업계간 엄청난 격차가 있는 현실과 유사한
현상이 한국의 수출산업과 관련해서 빚어지고있는 느낌이어서 앞날이
걱정스럽다.

정부는 최근의 경제지표를 안정화와 구조변화를 반영하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반해 경제계는 더이상 견디기힘들 정도의 극심한
불황이 지표와 동떨어져 널리 번져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수출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주로 수치로 드러나는 최근 동향을 진단의
기초로 삼으면서 그다지 걱정을 하지않는,자못 여유가 있는 표정이다. 즉
금년들어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고 그결과
무역수지가 현저히 개선되고 있는 현실을 필요이상으로 빈번하게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지난5월말까지 올해 수출은 9. 1%가 늘어난데 반해 수입은 2.
7%증가에 그쳐 무역적자가 작년같은기간 15억7,000만달러나 감소되었다.

그러나 업계가 보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가격경쟁에서는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후발개도국에 밀리고 품질등 비가격경쟁에서는 일본
독일등 선진국과 적수가 되지 못하여 오늘날 한국상품은 해외시장에서
영락없는 샌드위치신세가 되어있다고 일선 수출종사자들이 하소연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상품은 미국 일본 유럽등 주력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해마다 감소되고 있음은 물론 동구와 구소련등 신시장에서까지 어려워질
판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제네바소재 2개의 연구조사기관이 최근 비교분석해서 공개한것으로
보도된"92국제경쟁력보고서"내용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비참한
한국상품의 수출경쟁력현실을 한층 분명하게 전한다.

작년까지만해도 신흥공업국(NICS)가운데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에
기록되었던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은 대만 말레이시아에 밀려 5위로
처졌는데 태국 멕시코가 또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내경쟁력 산업하부구조 인력 경영 과학기술 국제화 정부정책 금융등 모두
8개분야별로 평가한 결과를 종합한 내용인데 금융부문이 특히 낙후돼있는
것으로 조사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전반의 경쟁력약화가 곧 해외시장에서 한국상품이 설땅을 잃고
국내시장에서는 갈수록 수입품에 밀리게 만든다. 지표와 수치만 믿고
팔짱을 끼고 있거나 사태를 안이하게 보다가는 한국경제와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이 어디까지 추락할는지 모른다. 먼저 현실을 바로 보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