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의 지구환경선언을 보면서 문득 우리증시를 살리는데도
환경선언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는 경제가 환경을 지배해왔지만 리우회담을 계기로 환경이 경제를
결정하는 시대가 갑자기 닥쳐온 느낌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해서는
환경이 그처럼 중요하듯이 빈사상태의 우리증시를 되살리는데도 증시의
주변환경부터 말끔하게 정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증권회사사장들이 모여 증시 환경선언의 첫걸음이라고
할만한 "증권인 윤리강령"을 채택한 것은 일단 뜻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무슨 일만 생기면 으레 하는 "말장난"쯤으로 치부됐던지 신문지상에는
거의 비치지도 않았던 이 증권업자들의 다짐은 당국의 입김이 전혀
묻지않은 자발적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평가에 인색할 필요가 없겠다.

강령이라고 해야 뻔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증시의 환경정화와 선의의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강조한 대목이 요즘의 증시주변상황과 관련해 의미를
더해준다.

그동안 우리 증권업계는 증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것은 경제침체와
정책미스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려왔다. 요즘들어
정부에 결자해지원칙을 들이대는 것도 그러한 판단을 배경에 깔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오염이 생태계를 파괴해놓았듯이 증시의 오염이 투자심리를
파괴해버렸고 그것이 보다 근원적인 증시침체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웃나라 일본을 봐도 그러한 의문은 더욱더 타당성을
갖는다. 일본은 무역흑자가 5월에만도 한해전보다 89%나 늘었고 올

한햇동안에는 1,000억달러나 될 것으로 보이는데도 증시는 점점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있다. 수출경기만 살아나면 우리증시의 골수병도
하루아침에 나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오늘날 일본증시의 침체는 경제의 거품이 꺼져버린데도 원인이 있지만
거품이 빠지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증시환경이 크게 오염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고 있다. 야쿠자등의 검은 돈과 뒷거래를 하면서

"큰 손"들의 손실을 보전해줘 일반투자자들의 분노를 산 노무라스캔들과
상장회사와 증권회사가 결탁해 뺑뺑이식으로 돌려가며 유가증권을
불법전매한 "도바시"사건에다 도쿄사가와큐빈(동경좌천급변)사의
불법거액자금유출사건등이 결정적인 오염물질이었다는 해석이다.

우리증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증시가 이 지경에 빠지게 된 것은 거품의
소멸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환경의 오염도 거품 못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물타기 뻥튀기증자로 도저히 좌판에 올려놓을 수 없을만큼 썩어버린
상품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비싸게 팔아먹게해준 눈먼 기업공개정책.
어느 기업이 부도가 날성부르면 그 기업의 대주주는 물론 주거래은행까지
담보로 잡은 주식을 영문모르는 일반투자자들에게 남김없이 팔아먹고

빠져나가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파렴치한 불법거래행위. 대다수의
수익증권투자자들이 증권을 잘 알지 못하는 초심자임을 기화로 그들이 맡긴
돈을 변칙적으로 전용하거나 회사자산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투신사들의 뻔뻔스런 행위. 뒷거래에 눈이

멀어 셈도 못하는 어린애처럼 상장회사의 분식결산에 마구잡이로
"적정"도장을 눌러주는 공인회계사들의 회계조작행위등이 우리증시의
환경을 파괴해온 것이다.

뿐만아니라 투신사나 증권사가 선의의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음에도 이를 눈감아주고 있는 감독기관의 이해할 수없는 처사와
전문성이라고는 전혀없는 인사들을 정치적 이유에서 증권유관기관의
고위직에 앉히는 낙하산식 인사정책도 우리증시를 오염시키는데 한몫을
해왔다.

정치적 고비때마다 내놓는 사탕발림식 부양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증시환경에 대한 투자자들의 뿌리깊은 불신때문이다.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증권계가 벌이고 있는 자구 자정노력도
관치금융의 사슬에 묶여있는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지금 우리증시는 긴급수혈식 근시안적단기처방이나 정치적 목적의 선심성
부양책만으로는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을 앓고 있다. 증권당국이나 업계나
투자자나 모두 미봉책보다는 상처에 새살이 돋도록 자생력을 키워주기위한
환경정화부터 서두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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