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진나라에 장의라는 가난한 서생이 있었다. 큰 꿈을 품고
학문에 전념하면서 변설을 닦았다. 점점 두각을 나타내게 되자 주위의
선망과 질시를 받게되었다. 어느날 그는 어떤 모략사건에 연루되어
죄인으로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고 석방되었다. 탈진상태가 되어 집에
돌아온 장의를 보고 그의 처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 싫어하는 책을 읽고 또
그런 연설이나 하고 다니니까 이런 변을 당하는것 아니냐"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보이며 "나의 혀는 아직 무사한가"고 물었다.
그의 처는 눈물을 거두고 크게 벌린 입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혀는 별탈이
없군요"라고 대답했다. 장의는 금세 화색을 지으며 "그렇다면 걱정없소.
손과 발이 잘렸더라도 이 혀만 건재하다면 사람들과 나라를 움직이는데는
걱정할게 없으니 말이오"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뒷날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고 그의 달변으로 인접 여러나라들을 굴복시켰다.

뛰어난 언변이 나라를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무기구실을 한셈이다. 현대식
표현방법을 빌리면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여하에 따라 사회발전의 척도가
가늠될수 있다는 이야기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자들이 최근 한글의 로마자표기를 위한 단일안을
만드는데 최종합의했다. 지난 5년간 줄다리기를 해온 남북한의 학자들은
모음은 한국측 주장을,자음은 북한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최종
타협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1년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마지막
손질을 한 다음 이안은 국제공식규격으로 확정될 모양. "한글신사"는 오랜
진통끝에 새 양복을 맞춰입게 된 셈이다. 물론 국제표준화로 확정되면
각종 교과서의 외래어표기라든가 도로표지,개인의 성명표기등 한바탕
내부단장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같은 한글을 쓰고 통일된 로마자 표기법을 갖추는
일보다 반세기의 대결이 빚어낸 남북한의 언어분단을 "통일"하는 것이 더
급한일.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가 하나로 목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눈앞에 다가선다.

서로 무슨 뜻을 갖고 있는 "우리말"인지 모르는 단어들이 일일이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데다가 같은 단어가 갖는 뜻 역시 애매한 경우가
허다하다.

몽테뉴가 그의 수상록에서 "단 한마디라도 잘못 받아들여지면 10년닦은
공로도 허사가 되고 만다"고 한 우려가 남북한 양쪽에 도사리고 있다.

"종로오가"로 가야하는건지,"종로다섯가"로 가야하는건지 누구 대답이
있어야 할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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