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최완수특파원]역사적인 미.러정상회담이 17일오후(한국시간
18일새벽)양국정상의 공동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부시대통령의 말대로 이번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이제 신뢰와 우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동반자관계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다지는
30여개의 각종 협정및 성명에 두나라정상은 서명했다.

이번회담의 성과에 대한 양국의 이해득실을 따지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미국으로서는 대대적인 핵무기감축합의를 통해 세계리더로서의
위치를 재확인했고,러시아로서는 미국의 경제지원약속을 받아냄으로써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킨 회담이었다. 부시로서는 특히 지난주의
파나마방문및 세계환경개발회의에서 나타난 외교적 리더십의 실추를 이번에
상당히 회복해 이번정상회담이 선거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미군실종자에 대한 옐친의 언급으로 일반여론의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이부분에 대한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만약 생존한 실종자가
귀환이라도 하게되면 날로 떨어지는 부시의 인기는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게
워싱턴정가의 분석이다.

물론 이번회담으로 국내문제는 소홀히 하고 외교에만 신경쓴다는 부시에
대한 비난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경우 부시가
이를 의식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은 미국의 이익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이같은 언급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번회담을 통해 러시아에 구체적으로 약속한 경제지원책이 하나도
없다. 각종 경제관련 협정에 서명하고 러시아에 이미 약속한 서방세계의
경제원조 2백40억달러중 미국이 부담해야하는 45억달러가 빨리 집행될수
있도록 의회가 관련법안(자유지원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것을 요청한
정도다. 또 다음달초에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G7(선진7개국)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정도다.

물론 두나라정상은 이날 발표한
?쌍무투자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우주분야의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등을
통해 미국의 대러시아지원 토대를 마련했다.

쌍무투자협정은 미국의 대러시아투자를 보호하고 루블화로 얻은 과실을
경화로 교환 송금할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이중과세방지협정은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의 위험을 제거하고 특정한 투자배당금과 이익에 대한 과세를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옐친에게도 이번 정상회담이 성과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자유지원법안의 입법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데다
이번기회를 통해 일부서방세계에서 제기됐던 러시아의
경제개혁지연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씻게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각종 경제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앞으로 미국의 민간자본을 유치할
터전을 마련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커다란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와관련,옐친은 기자회견에서 서방세계가 지원약속한 2백40억달러가 현재
러시아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이돈이 결코 러시아를 구해줄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더 중요한 것은 민간기업들의 직접투자라고 강조했다.

가이다르부총리도 러시아가 경제개혁에 중점을 둬야할 것은 거시적인
정책보다도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기업레벨의 미시적인 정책이라고 밝히고
러시아는 외국기술 자본 민간주도의 기업경영도입을 위해 직접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체결된 미.러투자조약,이중과세방지조약,해외민간투자공사(OPIC)
투자유인협정,미수출입은행의 러시아영업협약등이 모두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직접투자를 원활하게 하기위한 것이다.

또 양국간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에 최혜국대우(MFN)를 해주기로
한것도 러시아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직접투자를 유인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이번에 직접원조보다는 직접투자의 발판을 마련한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방세계가 IMF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지원약속한
2백40억달러와 관련,IMF와 러시아의 경제개혁에 대한 의견대립은
G7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지원하고 러시아는 IMF와의
협상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선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