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초부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계속해온
우리경제는 지금까지 거의 10여년마다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이했다.
한번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시작한 70년대 후반으로 100달러수출로
상징되듯이 경제규모는 팽창했으나 과잉투자와 이에따른 부실기업파동을
겪었다. 다음번은 이른바 "3저호황"을 맞은 80년대후반으로 경제규모의
팽창과 함께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되었으나 무역수지흑자에 따른 통화관리
실패로 부동산투기등 "거품경제"의 부작용이 심각했다.

선발개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지금부터
90년대후반까지의 정책방향에 따라 21세기를 맞는 우리경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때에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16일
공업발전심의회에 제출한 "21세기를 향한 산업정책방향"이라는
중간보고서에서 앞으로 추진해야할 산업정책의 목표와 방향및 2000년대의
산업전망등을 밝히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이른바
"신산업정책"의 내용을 둘러싸고 업계와 정부등 이해관계자들의 논란이
뜨거워지는 때에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내놓은 보고서여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보고서는 주요 산업정책과제로서 자유시장질서의
확립,산업체질개선,기술개발능력의 제고등 8가지를 꼽고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민간자율을 주로 하되 필요할 경우 정부개입을 인정한다는
기본방향을 내세웠다. 다음에는 민간자율경제로의 이행이라는 정책과제를
이루기위한 여러가지 세부시책을 논의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쉽기 때문에 경제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 총론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따지는 각론에서는 의견대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 발간된 많은
정책연구보고서들이 무책임한 "희망사항의 나열"이나 전시행정을
뒷받침하는 "한건주의"에 그친 이유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각론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잘못을 벗어나려면 산업연구원의
이번 보고서가 끝이 아니라 보다 자세한 분석을 위한 시작이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다음의 몇가지 점이 앞으로의 연구에 덧붙여지기를 바란다.

첫째 우리경제의 규모가 커졌고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따른
시장개방압력과 정부보조금제한 때문에라도 민간자율경제로 가는것은
자의반 타의반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따라 산업별 부문별로 겪게될
여러가지 변화에 따른 영향의 크기와 대응방안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겠다.
예를 들어 수출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의철폐가 수출가격경쟁력에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칠것이며 환경규제 강화가 산업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 분석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경제의 시장개방과 민간자율로의 전환이 불가피함은 이미
80년대초부터 논의되어왔다. 따라서 지금쯤은 이에대한 분석과 대책수립및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전되어 있어야 마땅하나 실제로는 원론적인 논의에
그치고 구체적인 대책수립및 시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연구분석에서는 왜 대책수립및 시행이 늦어지거나
안되었으며,실시된 경우에도 왜 큰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에 대해 냉정한
분석이 있어야겠다.

셋째 구체적인 대책수립이 현실성을 갖기위해서 필요한 재원조달
인력수급및 이해관계조직과의 협조등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한다. 이를위해
나무만보고 숲을 보지못하는 집단이기주의를 버려야하며 국민경제전체를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종합적이고 균형있는 시각을 길러야겠다.
또한 정치적이거나 전시행정의 목적으로 이용가능한 인력과 재원의 범위를
무시한채 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연구를 위해서는 경제전반에
대한 각종 자료수집및 축적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각종 기초자료수집과 축적이 소홀한 경우가 많고 자료내용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적지않다. 그 이유로는 예산제약 통계자료작성기관의 무능과
배타성,그리고 무사안일주의의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경영진과 행정부처의 잘못된 자세가 가장큰 원인이라고 할수있다.
객관적이고 풍부한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할때만이 구체적이고
현실성있는 정책대안을 세우고 분석할수 있는데 공명심과 정치적인
인기등을 노려 짧은 시간에 무리한 연구성과를 요구한 결과 연구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원론적인 논의에 그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의 과거이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수 없으며 오늘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있어야겠다.
이러한 일이 전문인력의 양성과 기초자료의 축적이 없이 추진될때 그것은
선전일뿐 연구분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