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리우 환경회의"가 끝났다.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중평이지만,첫술에 배 부를수가 없다. 온 세계가 한자리에 모여 "지구촌
살리기"에 이마를 맞댄것만도 큰 수확이 아니겠는가.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자주 이런 모임을 거듭하다보면,언젠가는 환경보호를 위한 황금 거위알도
낳게 마련이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이 이뤄져 우리나라도 여기에
1백54번째의 서명을 마쳤다. 날로 늘어나는 삼림파괴로 해마다 2만
5만종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있으며,2000년까지는 무려 50만 1백만종이 씨가
마르게 될거라는 예상이다. 바로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때는 늦다.

또하나의 기쁨은 정원식총리의 "비무장지대의 남북공동 생태계조사"제의에
북측이 선뜻 긍정적 반응을 나타낸 점이다. 9월에 있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당장에 착수할수도 있는 문제이다.
"리우환경회의"가 세계산업구조의 대변동을 예고하고,지구촌의 신질서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라면 남북간의 잇단 합의가 이뤄질 전망도 크다.

DMZ(비무장지대)는 조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5백12 넓이의 "육지속의
고도"이다. 서리서리 분단의 한이 맺히고 겨레의 통곡이 스민 침묵의
철조망..그안엔 지금 어떤 생태계의 현실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곳은 비록
뼈아픈 격전지요 전흔이 깃든 곳이지만 별유천지임엔 틀림없다.

억새 고랭이 노루발톱 각시원추리등의 희귀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그이름도 예쁜 은꿩의다리가 실핏줄마냥 파아랗게 두드러진 줄기를
뽐내고 있을까. 또한 개울물엔 은빛 몸뚱이를 빛내며 자홍색무늬가 수놓인
열목어떼가 노닐고 있을지도 모른다. 열목어는 눈에 열이 많아 찬물만
찾아다니는 냉수성어류. 남한에선 보기드문 늑대 산양 삵괭이 고라니등이
뛰어놀고,어쩌면 흑고니 흰꼬리수리 붉은새매 원앙등의 희귀조가 무리져
서식하는 것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1차대전때의 서부전선,1평방 인치땅을 빼앗기 위해 사자 1만명과 포탄
1만5천개 이상의 희생이 있었다. 2차대전후 프랑스산림청에선 대규모의
복구작업을 서둘러왔지만,아직도 상채기를 깨끗이 씻어내지 못했다. 이미
1차대전이 끝난지는 70년도 더 됐지만 프랑스의 베르당시 부근엔 지금도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무서운건 전쟁의 뒤끝이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DMZ에 대한 생태계조사에 남북이 함께 나선다면 통일의 빗장을 여는
첫걸음이 될것이다. 그곳은 신판 "출애급기"-겨레의 비원이 서린 "약속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