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흔히 경기의 선행지표로 평가된다. 경기가 활기를 띠어 기업의
경영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는 자연적으로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주가지수가 5공수준으로 되돌아가게된 데에는
지난89년이후의 경기부진이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수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89년4월1일 1,007.77의 사상최고치를 기록한이후
3년여동안 거의 내리막길을 걸어오고있다. 이른바 대세하락국면이
지속되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주가추이는 국제수지적자로 대표되는
경기부진과 궤를 같이하고있다.

경상수지는 1백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보인 지난88년을 정점으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 지난90년이후에는 오히려 적자상태를 면치못하고있다.
올들어서도 경상수지적자규모가 1.4분기중 35억달러에 달하고있으며 이중
무역수지적자폭은 5월말현재 32억달러로 전월보다 5억달러가 늘어나는등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있다.

국제수지적자폭을 늘리고있는 수출부진은 당장 기업의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자금부족에 쫓기게 마련인 기업들은 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은
터에 증시침체로 직접금융마저 여의치않아 금융비용부담이 점차
커지고있다. 이통에 과거에는 주식을 사들이기도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사모CB(전환사채)발행등을 통해 주식의 공급물량압박을 가중시켜 증시에
어려움을 초래하고있는 실정이다.

상장기업의 잇따른 부도사태도 주가하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지난해 13개사,올해들어서만 14개사가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해
증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있다. 상장기업의 부도나 법정관리신청으로
올해들어서만 9만7천7백여명의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당해야만했다. 거의
휴지조각이 돼버린 주식수는 올해에만 무려 1천4백16만주에 달하고있다.
경기부진이 몰고온 상장기업의 부도사태가 기업의 신뢰도를 실추시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있는 것이다.

주가가 5공수준으로까지 급락한데에는 정부의 "5.27조치"에 대한 투자자의
실망감이 근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투신사 경영정상화를 통해
증시를 안정시킨다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제시된 "5.27조치"가 당장의
대책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자 투자자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유주식을 던져버리고있다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불안및 정부와 재계의 갈등도 증시에 주름살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에 대한 공공연한 금융제재와 신산업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간의 실체를 알수없는 대립은 증시에서 큰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주의 폭락을 가져온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연초 주가를 급등세로 몰아갔던 외국인의 투자열기가 최근 시들해지고있는
점도 빼놓을수 없는 요인이다.

증시개방 첫달인 지난1월 4억2천만달러에 달했던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입규모는 2월 2억달러,3.4월 각각 1억3천만달러에서 급기야 지난 5월에는
9천만달러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샀던 주식을 팔고 다시 본국으로
철수해버린 대외송금액은 매달 점차 늘어나 지난 5월말현재 모두
1억6천만달러로 전체 자금유입규모의 16.1%에 달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달들어서도 지난 9일현재 외국인투자자들은 1백89억원어치의 주식을
산반면 매도규모는 2백34억원에 달해 매도우위가 계속되고있다.

이처럼 주변환경이 어두워지면서 증시내부에너지도 급격히 줄고있다.
거래량이 연중최저치 가까이 떨어져 환금성자체가 위협받고있다.
일반투자자의 매수여력을 나타내는 고객예탁금마저 투자자의 이탈을
반영,바닥권에 떨어져있는 실정이다.

증시침체는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갖가지 주름살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처방을 쓰는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닌것같다. 그보다는
"경기가 살아나야 증시도 산다"는 대전제를 염두에두고 총괄적인
경제정책의 큰 테두리내에서 구체적이고도 실효성있는 처방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희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