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직관론에서 "천하를 어찌하면 다스려질까. 관각(홍문관과
예문관)과 대간(사헌부와 사간원관원)따위 관직을 없애면 다스려질
것이다"라고 썼다.

국사의 시비를 가리는 관직을 설치하여 오히려 파쟁만 일삼게 되는 해독을
경고한 글이다. 이것이 오늘의 정치제도에도 적용할수있는 말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지금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산의 지적과
같다고 할수있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팽배해있다. 국회는 도무지 생산적이 못되었다.
여야가 국정보다는 당략만 내세워 싸움질로 허송세월하는 꼴을 보고
국민들이 상을 찌푸린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더구나 의원이 되기 위하여
돈을 마구 뿌리는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비도덕성에 대해서는 실망을
넘어 정치비관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마저
제기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의회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둥이라는 점을 믿는다. 그
순기능을 살리는것이 과제이다. 그래서 14대국회에 기대를 걸고있던
참이었다. 3일 민주당 초선의원 12명이 돈 적게 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천명한것은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물과 같았다. 그들은 <>비리성자금
안받기 <>화환 안보내기 <>고급승용차 안타기 <>회기중 주례사절등 지극히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결의한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결의사항이 일과성으로 끝나지 말고 꾸준하게 실천되기를
당부한다. 그러자면 이 운동이 모든 의원들에게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의원이 깨끗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당위일 뿐더러
소수만의 청결은 다수의 불결에 의하여 매몰될수 있기 때문이다.
13대국회때의 의원윤리강령제정이 사문화되다시피 한 점을 모든 의원들이
반성하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선거구민들이 의원들의 깨끗한 정치 실천에 적극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거구민의 바람직하지 못한 요구가 있다해도 다음
선거때의 낙선까지를 각오하고 새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굳게
해야한다. 현실에 핑계대다 보면 백년하청이 될수밖에 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정치,이것이 정치부패 정치불신의 원인이었다. 또한
깨끗하지 못한 정치인은 국정에 올바른 자세로 임할수 없다. 자연히 의원
개인의 이익이나 당리에만 집착하게 되어 이권을 나누지 못할때는 파쟁에만
휩싸이게 된다. 12명 초선의원들의 신선한 다짐이 14대국회의 본류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