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행정법의 대가로 알려진 목촌 김도창박사(71)가 최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수훈공적은 후진양성과 인권옹호에 기여한 공로.
40여년간 서울대 성대등에서 법학교수로 재직,평생을 인재양성과
학문연구에 바쳤고 고희를 넘기고도 서울대에 출강하며 열정을 쏟고있다.
정부수립때부터 법제업무에 참여해온 김박사는 4.19 5.16 10.26직후등
정치변혁기때에는 법제처 법제관 법제국장 법제처장으로서 법제도 쇄신
정비작업에 그의 독특한 소신을 펴기도했다.
그런가하면 지난56년 초판을 냈던 "행정법론"(당시 "행정각론")은 해마다
수정 가필을 거쳐 아직도 많은 법학도들의 필독서가 되고있다.
-"법의 날"을 맞아 훈장을 받으셨는데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김박사=학자로서의 활동이 미력이나마 나라에 보탬이 됐다니
다행스럽습니다. 여생도 학문에 바칠 각오예요.
-고등고시(사법과1회)출신이면서 사법부진출을 외면한채 줄곧 학계를
지켜오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김박사=고시에 합격하면 대개 판.검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특히
당시만해도 판.검사에대한 사회적여망이 대단했는데 저는 다른 길을
택했죠. 8.15해방직후 국내 학계는 공백상태였어요. 특히 사회과학분야는
학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서울대법대를 졸업할때(47년) 학교에서
교수요원을 공개채용했는데 당시 저를 포함해 6명이 조교로 들어갔습니다.
고시에 합격(50년)한건 그후의 일로 그때는 이미 제자신 학문에 관심을
갖기시작했고 또 주위에서도 학교를 지켜야한다는 충고도 있어 오늘에
이른겁니다.
-국내학계에 행정법을 정착시키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박사=행정법이란 한마디로 행정의 조직과 작용에관한 국내공법을
일컫습니다. 다시말해 행정권의 조직이나 활동에관한 법이기때문에
우리국민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일제시대때만해도
국내행정법학은 학문으로서의 자리를 잡지못한 상태였고 결국 해방을
기점으로 극심한 사회변동기를 거치면서 학문체계를 갖추어 이젠 어느정도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이론을 이땅에 심어온
셈이죠.
-특히 김박사께서 저술한 "행정법론"은 국내최초의 행정법관련 지침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박사=56년에 행정법론 하권,58년에 상권을 처음 내놓았지만 솔직히
말해 학문체계가 제대로 잡히지않아 모자라는 부분이 많았어요. 서구에서
생성 발전한 행정법 자체를 토양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 억지로
이식했기때문에 초기엔 너무나 추상화 일반화되어 관념론에 흐르는 경향도
없지않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이론이 토착화되고 해마다 빠짐없이
개정판을 내놓으면서 이젠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책을 내놓은 직후 미국에 갔는데 한글로된 "행정법론"이
합중국국회도서관에 꽂혀있는걸 발견하고 저자로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
그 도서관의 능력에 감탄했던일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학계를 지켜온 지난40여년동안 보람을 느낀때는 언제였습니까.
?김박사=우리사회가 필요로하는 인재배출에 일조를 담당했구나하는
자부심을 느낄때입니다. 이건 교육자들의 공통된 보람일거예요. 현재
장관에서부터 법조인 지방우체국장에 이르기까지 내가 키워낸 제자들이
우리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합니다.
-잠시였지만 관계와도 인연을 맺으셨는데 강단에서 이론만 가르치다
실무를 접하니까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박사=인간관계에 얽혀 66년부터 71년까지 보사.문교차관을
역임했습니다. 5년간 외도(?)한 셈이죠.
어느사회나 이론과 현실,규범과 실천사이에는 거리가 있게 마련아닙니까.
이걸 어떻게 좁히고 조화 시켜나가느냐가 중요하죠. 전 공직에 있을때
"원칙"을 중요한 신조로삼았습니다.
최근 국민들의 준법의식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있어 반가운데
오히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공직자들이 법을 무시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까워요. 우선 "예외"부터 생각하고..
-그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박사=한마디로 꼬집기는 어렵죠. 일제시대 식민지탄압정책의 여독이
그 원인으로 지적될수있고 근인으로는 60년대이후 흔히 말하는
개발독재과정에서 각계각층에 쌓였던 불만과 부조리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해도 그런걸 수렴하고 쓰다듬으며 맺혀있는
응어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게 바로 정치인데 정치판이 먼저 방향감각을
잃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에요. 더욱이 대선을 앞둔데다 정권교체기의
행정공백까지 겹치고 있어 한마디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7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기간을 슬기롭게 넘길
방안이라면.
?김박사=저는 영.미법의 기본법리인 "자연적 정의"(Nastural Justice)라는
말을 특히 좋아합니다. 다툼이 있을때는 언제나 양쪽의 얘기를 들으라는
뜻이지요. 무엇이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이해관계를 떠난
"레퍼리정신",즉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돼야합니다. 영국이 3세기이상
지구의 3분의1을 지배해온 것도 이 정신이 그 바탕이 된겁니다.
최근 정치판을 보면 자기가 노력해서 앞서야 겠다는 생각보다 상대방의
길을 가로막고 낭떠러지로 밀어붙여 그 반사이익을 노리는 못된 경향도
없지않습니다. 또 정치인들 사이에서 아무리 작은 일도 타협은 용납되지
않고 내가 이기거나 둘다 안돼야 직성이 풀리는것 같아요. 민주정치란
경쟁의 원리이자 타협의 원리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물(국민의식)이 얕으면 배(정치)수위도 얕을수밖에
없는거예요. 우리 모두의 자정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뽑아야할 최고통치자는 어떤 인물이라야 할까요.
?김박사=우선 사심이 없어야하고 몸소 실천하는 그런 사람을 원합니다.
신뢰가 리더십의 요체인데 말따로 행동따로 욕심만 부리면 국민들이 따를리
있습니까.
그리고 국가적 사회적인 어려움이 닥치면 몇몇 원로들의 조언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젠 그런 생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한두사람 위인의
생각보다 오히려 우리사회를 지탱하고있는 불특정다수중간계층(보통사람)의
양식과 지혜가 반영돼야 해요. 가끔 TV에서 길가는 아주머니나 학생
상인등 평범한 사람들이 즉석 인터뷰를 하는걸 보면 그들의 말한마디
한마디속에 난제를 풀어갈 지혜가 스며있어요. 건전한 그들의 양식과
지혜가 사회를 지배할때 그국가는 흥할수밖에 없습니다.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충고는.
?김박사=아파트 핵가족생활속에서 과보호로 자란 탓인지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 나약하고 노력을 하지 않는것 같아요. 세계는 좁아지고 약한자는
살수없는 치열한 경쟁시대예요.
성탄절전야의 즐거움을 잊은채 밤새도록 찬란하게 밝혀진 동경대학이나
하버드대학 켐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과 연구실 불빛의 의미를 우리
젊은이들은 잊어서는 안될겁니다.
-교육정책에도 개선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박사=특히 언어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자문화권에 살고있으면서도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자몇자섞인 신문을
제대로 읽지못한다는 겁니다. 한자교육의 후퇴가 문맹을 만들었어요. 또
오늘과 같은 국제화시대에 살아남기위해서는 영어를 외국어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한자교육을 강화하고 영어는 국민학교때부터 조기교육을
해야한다는게 제 신념이에요.
해외교민정책에도 신중해야합니다. 정부에서 해외에 나간 젊은 교민들을
데려와 "한국인 만들기"교육을 하고있는데 그건 중대한 착오예요.
그들에게 한국인이란 국민정신을 심어주는건 좋지만 생활습성이나
외형까지도 한국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있습니다.
일본교민에게는 일본어 일본문화를,미국교민에게는 영어 기독교문화교육을
시켜 현지에 적응하고 동화될수 있도록 해줘야합니다. 미국에서
순수한글로 만든 큼직한 상점간판을 붙여놓으니까 현지 관련공무원들조차
뭘하는곳인지 알수가 없다며 불평하고 있고 이런게 쌓여 그사회에서
고립되는 겁니다. "로마에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입향순속"(타향에
들어가면 그곳 풍속에 따르라)이라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살이 지혜를
예부터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미국사회가 안고있는 "흑백갈등"에서 비롯된
이번 LA사태에 엉뚱하게도 우리교민들이 피해를 당한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소망을 말씀해 주시죠.
?김박사=자유민주주의 통일조국에서 살아보는 겁니다. 그러나 과연
기대할수 있을는지 전 낙관적으로 보지않아요. 통일하기까지 현재
우리앞에 가로놓인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6.25경험세대가 품고있는
정신적응어리,사회.경제.문화격차극복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은 점입니다. 독일의 경우를 봐도 이미
1949년에 통일기본법을 제정하고 40여년간 통일준비를 해왔는데도 현재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남북문제는 서두르지말고
한발짝 한발짝씩 다가가면서 걸림돌을 제거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무척 건강해 보이십니다. 비결이라도.
?김박사="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는게 저의
생활철학입니다. 적당히 살다 갔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위해 무슨일이든
최선을 다하다보니 건강에도 좋은것 같아요.
<대담=안종화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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