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청은 최근 "테헤란로 일대에 임대가 안된채 텅텅 비어있는
사무실들이 급증,야간에 각종 범죄장소로 쓰일 우려가 있으므로 인근
파출소와 협조해 예방활동에 나서라"고 관할동사무소에 지시했다.
테헤란로 일대는 5 6개월씩 빈사무실이 워낙 많아 대낮에도 마치
유령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정적이 감도는 빌딩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한 블록에 5 6채씩 들어선 빌딩들이 절반도 분양이 안된채 방치돼 있고
관리인조차 두지않은 빌딩들이 계속 늘어나 행정관서에서 치안문제를
걱정할 지경이 된것이다. 시내 사무실 임대업계에선 "사상최악의
상황"이라고 단언한다.
수도서울을 상징하는 4대문안 오피스타운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사정은 마찬가지.
대우빌딩 인송빌딩 프레스센터 순화빌딩 벽산빌딩 대경빌딩등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있는 이들 초대형빌딩들도 완공이후 처음으로 평균
2백여평씩 최고 4백여평의 사무실이 비어있다.
남대문로 5가에서 10년째 사무실전문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오성씨(45)는
"개업이후 남대문일대 대형빌딩들이 하나같이 공실을 갖게된 전례가
없었다"면서 "중구지역에서도 낡고 오래된 빌딩들은 값싼 강남쪽으로
고객을 빼앗겨 10%이상 비어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사무실임대가 계속 지지부진하자 고객쟁탈전이 벌어질수밖에 없게된
것이다.
"4대문안"이란 입지로 버티는 기존 빌딩들과 새시설,덤핑에 가까운 낮은
임대료를 무기로 고객유치에 나선 강남오피스타운 사이에 상권다툼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남 테헤란로 양재동일대와 강북마포로 양편에 최근들어선 빌딩들은
애초부터 임대수입이나 사무실수급동향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것들이
드물다.
작년부터 새로생긴 토지초과이득세를 비롯 나대지에 대한 세금공제가
강화되자 앞뒤가리지않고 우선 빈땅을 채워놓고보자는 식으로 다투어
빌딩을 지어댔다. 이때문에 이들이 일시에 완공돼 임대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한 작년하반기부터 사무실공급 과잉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테헤란로 양재동 지역 2곳에만 10층이상 새빌딩이 무려 40여채 이상
분양에 착수하면서 "임대료없이 관리비만 받고 입주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지고있다.
이때문에 기존 4대문안에있을 필요가 없는 오퍼상들이 같은값에 새시설의
넓은 공간을 쓰는데 매력을 느껴 이곳으로 옮겨오고있으나 공실율을
낮추기엔 역부족이다.
이들 신흥오피스타운의 저가공세로 강북의 기존 오피스타운까지 불황에
허덕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서울역앞 벽산빌딩관리실의 정태섭 대리는 "올해는 임대료를 올릴 엄두를
못내는 빌딩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문제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공급과잉으로인한 임대업계의 불황끝이 전혀 보이지않는데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공급이 일시에 늘어나더라도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하면
시간문제일뿐인데 현재 제조업 무역업등 수요측의 경기가 지극히
불투명하기때문에 사무실임대 수요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않는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것은 ?서울시의 신설역세권개발 ?도심재개발재개등 구조적으로
앞으로도 최소한5년이상 빌딩공급이 늘수밖에 없다는데있다.
이에따라 향후 오피스빌딩시장은 동경등 선진대도시경험에 비추어 볼때
국제화시대진척에 따라 ?공항과의 거리와 ?지하철 역세권에의 포함여부등
새로운 입지조건,그리고 ?인텔리전트등 첨단시설장치수준등의 새로운
변수에 의해 재편될것으로 보인다.
업계전문가들은 "장기10년을 내다볼때 공항에 가깝고 부도심및 신설지하철
환승역세권에 포함된 입지에 위치한 인텔리전트빌딩중심으로 형성된
오피스타운이 각광받을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이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