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 대러시아 경협재개논의가 전혀 진전을
보이지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환균재무부차관보를 단장으로한 우리측 실무대표단은 20일에이어
21일에도 러시아측과 실무접촉을 가졌으나 양측 모두 종전입장만을 되풀이
주장,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측은 러시아가 구소련에 대한 기존차관을 명백하게 보증해야
할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측은 상품차관 4억7천2백만달러에 대해서는 1백% 단독보증하되
현금차관 10억달러는 자국의 연대보증지분 61.37%만을 인수하겠다고
맞서있다.
이번 대러시아경협재개논의의 핵심사항은 공동연대보증부분이다.
공동연대보증은 어느 채무자가 불이행상태에 가건 가지않건 채권자가
공동채무자의 어느쪽에 대해서도 이행을 요구할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증방법이다.
법률상 가장 강력한 보증방식인 공동연대보증이 경협재개의 최대걸림돌이
되고있다.
러시아의 보증지분 61.37%,우크라이나의 지분 15%등은 CIS내부협약이며
공동연대보증원칙은 지난해 10월 G7(서방선진7개국)의 요청에따라 당시
소련과 교환된 양해각서상 채무보증방식이다.
문제는 CIS체제자체가 지금 와해직전에 있어 공동연대이론의
이론적완전성이 오히려 현실에 있어서의 불완전성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미 유예가 일방선언된 10억달러 현금차관에 대한 이자지급역시 같은
맥락이다.
10억달러 이자총액은 3천2백60만달러이지만 이를 G7양해각서및
CIS내부협약에 따른 러시아측 지분 61.37%로 계산하면 2천만달러 상당액이
된다.
형식논리로 따진다면 러시아는 지금 우리에게 이자를 주고 싶어도
못주게된다. 러시아측 지분이자자체가 논란의 대상이기때문에
이자액자체가 미확정인 셈이다.
더구나 10억달러는 CIS에 빌려주고 상환 협상은 러시아와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모든것에대해 1백%보증할 경우 여타 공화국들은 돈을 일부
쓰고도 채무는 면제되는 아이러니가 수반된다.
이곳 모스크바에 도착한 우리대표단은 대략 이같은 쟁점들을 안고 치열한
이론대결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론의 이면에는 쌍방간 실리추구와 상대방에 대한 의심,그리고 쌍방
모두의 자존심이 깔려있다.
우선 우리측은 사대외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콤플렉스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된 채무보증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수있다.
국내여론 역시 준돈 떼어도 좋으니 항복받고 오라는식의 압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러시아측은 10억달러의 현금차관에 지나치게 정치적의미를
부여하고있는 것같다. 예를들어 유엔가입,북한에 대한 모종의
관계단절,남북대화분위기조성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더구나 공동연대보증하겠다는 현금차관은 이미 끝난것이고 러시아가
흔쾌히 보증하겠다는 상품차관은 아직 10억2천8백만달러가 남아있다.
이미 받을돈에 대해서는 어떻든 G7및 CIS협약이라는 이론의 진을 치고
현실적으로 1백%부담을 꾀하겠다는게 러시아측의 얄팍한 계산이다.
21일 현재까지 일단 양측은 충분한 의견개진 단계를 밟고있다. 그러나
사안의 짜임새로 보아 양쪽의 어느쪽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한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을 내기는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론이 나든 우리정부는 경협지속의 필요성,보증범위 문제등에 대해
충분한 대국민설득에 나서야 할것같다.
이 노력과는 별도로 한번의 이자가 안들어왔다고 해서 경협집행분 전체를
이미 떼인돈으로 간주하는 단견과 패배주의 역시 극복되어야 할것같다.
보증문제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것은 기왕에 준돈을 밑천으로 얼마만큼
장래 국가이익을 유지관리해 나가느냐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이번협상과 관련,이환균단장은 "대러시아경협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러시아를 포기할수는 없다"고 전제한뒤 "여러가지 협상카드가
있다. 극단적인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측이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불투명하지만 극적인 타결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단장은 또 "경협은 경제원칙만으로 시작된것만은 아니다. 정치 경제
안보 모든것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초부터 이일에
관여했던터여서 이번에는 어떻든 결론을 내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