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에 대응하는 재계의 태도가 달라지고있다.
신산업정책 신드롬에서 벗어나 오히려 제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적극
모색중이다.
전경련은 6월초께 업계 학계 관계전문가들을 초치,경제정책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다.
신산업정책이란 용어가 등장한 이후 거론돼온 "기업과
금융""정부역할"등의 쟁점들을 공론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있다.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있다. 지난달말
"비전21팀"을 구성,구석모부원장 주재로 날마다 회의를 갖고 우리산업의
구조적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이달말까지는
보고서를 끝낼 계획이다.
신산업정책과 관련,정부출연연구소인 KDI(한국개발원)의 움직임만
주시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재계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지난4월25일 재계대표들의 청와대회동을 분기점으로 서서히 드러났다.
지난 1월24일 최각규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한국능률협회조찬강연회에서 새로운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한데 이어
정부일각에서 정부역할강화를 골자로하는 소위 "암스덴보고서"가 나돌자
재계는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전경련은 지난3월9일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최창락부회장이
대기업관계자들에게 처음으로 이같은 조짐을 전달했다.
당시 총선자금기탁,대현대그룹성명건등으로 재계가 곤욕을 치르던
시기였음을 감안할때 전경련측이 느꼈던 위기감이 상당했음을 알수있다.
이후 정부는 대기업의 사모사채발행제한,상호지급보증축소등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의 목줄을 한층더 죄는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자 4월22일
대한상의는 금기시돼온 "신산업정책"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면서
정부의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최부회장과 이진설청와대경제수석간에 핫라인이 개설된지
2주만에 청와대오찬이 있었고 이자리에서 재계는 정부가 강제적 또는
초법적인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감지했다는 후문이다.
재계는 즉시 지금까지의 단타성 정책건의에서 벗어나 신산업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을 공론에 부치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경제정책 전반에서 정부와 상당한 시각차가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시대의 종언을 감지키는 어려우나 지금은 분명 새로운 변화가
오고있으며 산업정책도 재조정돼야할 때인것 같다"는 전경련 최부회장의
발언처럼 재계도 대기업그룹의 역할등을 재조명해야할 시점이란데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조정대상과 그속도에 있어 정부와 의견차를 보이고있다는 점이다.
우선 제도개편이 공식발표돼 당장 코앞에 현안중의 하나인 계열기업간
상호지급보증철폐문제가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재계도 근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신용대출제도정착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금융시장이 정부규제하에 있고 담보대출이 관례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상호지급보증의 갑작스런 축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신용대출제도가 자리잡기전까지는 계열사중 관련업종기업간
상호지급보증은 인정해주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일률적인 축소 폐지는 흑백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대기업그룹 평가에 대한 반발도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공병호박사는 "그룹식경영방식이 해외정보입수 기술투자
시장개척등 여러분야에서 유리하다"고 지적하고 "역기능을 부각,그룹해체를
유도하기보다는 계열사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주는 방안마련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들어 톤을 높여 주장하는 정경분리 소유.경영분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대그룹과 국민당간의 관계에 집착,정경분리를 기업경영과
정치행위간 연결고리를 끝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재계는 정부가
정치적이유로 대기업규제에 나서는 관행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경우 대기업그룹들이 정권과 유착,부당하게 이익을 얻고있다는 부축적의
정당성시비도 불식할수 있다는 견해까지 포함된다.
재계는 한마디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구조조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건히 갖고있는 셈이다.
재계는 정부와의 시각차 못지않게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논리를 좌우하는
시대가 끝나야한다는 견해도 표명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정치적인 이유로 장기적인
경제정책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며 이는 지난18일 전경련이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관한 건의서"에 잘 나타났다.
이건의서는 ?여신관리제도개선 ?직접금융조달규제완화
?상호지급보증금지조치유보 ?5.8부동산조치종결 ?산업차관도입
선별적허용등 다양한 주장을 제시했으나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중기적관점에서 운용돼야한다는 전제하에 선거를 통한
대의제도의 본격실시에 따라 경제활동이 정쟁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재계는 분명 그동안 소극적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사표명을 하고
나섰다. 변화의 당위성은 인정하되 정치적인 이유로 모든 정책이 급속히
진행되는것은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는 것이다.
<김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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