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이종찬의원이 5.19전당대회의 대통령경선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이번 경선의 무효화를 선언함에따라 집권당 사상초유의
대통령후보 자유경선이 불발로 끝나게됐다.
이와함께 경선을 거부한 이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위해
탈당등을 불사하고 연말 대통령후보에 독자출마하는 수순을 밟을지 귀추가
주목되고있다.
이의원은 특히 이번 경선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5.19전당대회를 강행할경우
이번경선의 허구성을 알리기위한 국민들과의 대화를 가지겠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지지대의원과 당원및 시민들이 참석하는 대규모장외집회를 열어
자유경선의 취지를 어긴 당의 지도부를 겨냥할경우 경선후유증이 일파만파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의원의 경선거부로 김영삼대표는 19일 전당대회에서 투표절차를 거쳐
민자당의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될수 있게되었다.
그러나 이의원이 경선거부와 함께 이번 경선의 원천적인 무효를 선언하고
장외투쟁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로인한 해당행위시비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의원진영의 이같은 장외집회가 민자당의 정권창출은 물론 당의 위상에
흠집을 낸다는 반격이 충분히 있을수 있다.
이의원의 장외투쟁이 가속화될 경우에는 이의원을 포함한 몇몇의원들의
탈당사태도 피할수없게될 전망이다.
이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후보로 독자출마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각도로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해 국민의 여론을 지켜본후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될경우 탈당한후 독자출마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의원이 이날 밀실정치가 꾸며내는 위장된 자유경선은 몇몇 사람들의
자의적 결정을 덮어두려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경선에 계속 임하는
것은 역사의 죄를 피할수없기 때문이라고 경선거부이유를 설명했다.
이의원은 또 경선과정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외압이 가해졌다며 최근
김종필최고위원이 스스로 3당합당시 김대표를 후계로 한다는것이
결정되었다고 밝혀 밀실정치의 담합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공박해 3당합당의
비윤리적인 면도 들추어내는 정치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의원의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이외에도 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강경노선을 걷는 것이 이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킬수 있다는 견해가
꾸준히 제기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의원진영의 강경파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경선에 임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수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경선에
들러리를 서줘 김대표의 입지를 세워주는 셈이된다는 계산이다.
그럴경우 차차기도 기약할수 없기 때문에 독자노선을 걷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논리는 이의원의 대중적인 인기가
김대표보다 높다는 자체 설문조사에 근거를 두고있다.
이의원이 가는 곳마다 이번 경선에서 국민들로부터의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대통령후보로 뽑히지 않을 경우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차기정권재창출도 어렵다는 주장을 해온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다.
그러나 이의원의 이같은 논리와 명분도 자칫 이번 경선에서 승산이
없기때문에 경선을 거부하는 수순을 밟아왔다는 비난으로 빛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김영삼대표측은 이날 이의원의 "중대결심"이 경선거부라는 형태로
나타나자 "그동안 취해온 비상식적이고 앞뒤가리지않는 그의 정치행태를
볼때 능히 그럴수있는 인물"이라면서 "이의원의 경선거부는 당과 당원들의
여망을 저버린 자폭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김대표측은 이의원이 그동안의 선거운동기간중 규정에도 없는 불법
장외집회를 가지는가 하면 양측이 같이 참여해 만든 당선관위규정 전부를
무시하면서 억지주장을 펴올때부터 경선거부및 탈당을 각오한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던게 사실.
특히 이의원이 막바지에 노태우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나섰을때는
"정치공세차원이 아니구나"라는 긴장감이 나돌기 시작했다.
김대표측은 그러나 이의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어봤자 또다른 요구를
할것이 뻔하다고 보고 강경입장을 고수할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있다.
김대표측은 또 이의원이 주변의 몇몇 강경파인사들의 의견에 한발짝씩
빠지다보니 이같은 강수가 나온게 아니냐고 보고있다.
선거운동기간중 YS진영의 일부인사들은 이의원의 정치행태를 놓고 "어떻게
한당에 몸담고 있다고 볼수있느냐"고 분개하면서도 김대표의
자제지시에따라 "무반응 무대응"으로 일관해오기도 했으나 이의원의 진심이
거의 드러난 선거막바지에 와서는 "이의원이 탈당하려면 해보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감정이 악화되기까지 했다.
이의원의 향후 거취에 대한 김대표진영의 전망은 엇갈리고있다.
일부에서는 "이의원이 엄청난 해당행위를 해놓고도 당에 남아있겠느냐.
자진탈당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쫓아내야한다"고 극언하기까지
한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의원이 탈당하지는 못할것이며 당에 남아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이 높으나 김대표가 이를 관용하고 수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정호.김수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