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코스" 정치
외국인이나 오랜만에 귀국하는 해외교포는 서울의 인상을 "급하고 바쁜
나머지 자제심을 잃고있는 모습"으로 요약한다. 너나할것 없이 너무나
조급하고 서두르고 있어 외래인들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라고 비명을
지른다. 한국사회가 온통 현대병의 하나인 조급증증후군 (Hurry-up
Syndrome)에 걸려있다는 이야기다. 이 "증후군"의 가장 중증환자는
다름아닌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임에 틀림없을듯.
12월에나 있을 대통령선거를 향해 여야의 정치인들이 연출하고 있는
정치드라마는 누가 보아도 40도전후의 고열에 짓눌려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갓난아이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때이른 민자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싼 불협화음이나,이에 질세라 앞을
다투어가며 대선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야당들의 입지는 들뜬 수탉이
한밤중에 울어제치는것 같은 느낌. 지난번 3.24총선을 기점으로 가열되기
시작한 이 열병은 내년2월에나 있을 신구대통령의 이.취임때까지 이어질
형편이다.
정치권일부에서는 미국도 대선의 경우 예비선거등으로 1년정도는
끌지않느냐고 반문하지만 미국의 예비선거과정과 우리의 흙탕싸움은 그
성격이나 내용이 판이하다. 미국의 예비선거는 50개주를 상대로
순회선거를 치르고 있어 해당 주민들은 자신의 주에서 예선이 있을 경우
기껏해야 2주정도의 선거분위기를 맛보는게 고작. 경선의 스타일 역시
우리의 무한 인신공격과는 달리 다분히 축제분위기가 넘쳐흐르는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국회의원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국정의 설계라든가 승패에대한
심층분석은 해볼 겨를도 없이 대선"투쟁"으로 격상시킨 정치지도자들-.
이들 지도자는 끝없이 밀려닥치는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에 시달리며
속결제일주의에 몰두하는 조갈증환자와 다를게없다.
미국의 20대 대통령 가필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전 시골의 공업계고교
교장으로 있을때 일이다. 한 중년신사가 아들을 데리고 교장실을
방문했다.
"아들을 당신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은데 정규코스와 속성코스중 어느쪽이
좋겠습니까"고 그는 물었다.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거야
학부모와 학생이 결정할 문제지요. 양배추정도로 만족하신다면 3개월이면
충분할것이고,참나무처럼 기르려면 3년의 정규코스도 부족하겠지요"
우리의 정치권은 참나무코스보다 양배추코스의 주변을 맴도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