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있을 선거에 나설 대권주자들은 너나없이 경제대통령으로 자처하고
나선다. 아직 소리만 요란할뿐 경제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제시는 없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나 어떤
공약을 내걸고 어떤 말을 하면 국민의 인기를 얻을수 있을것인가만을
대권주자들이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경제활동은 자원이 제약되어 있다는 조건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또한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 하더라도 거기엔
응분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무엇이든 할수있다고
생각,예컨대 쌀값도 올려주고 임금도 올려주고 도로도 확장하고 주택도
건설하고 온갖 사업을 벌이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무역흑자도 이루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도 그런것을 하겠다고 하는 공약들이 아마 쏟아져 나올것이다.
어떤 방패도 뚫을수 있는 창(모)과 어떤 창도 막을수 있는 방패(순)를
동시에 팔겠다는 모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80년대초에 미국경제의 침체원인을 미국의 잘못된 정치과정에 있다고한
더로(Lester C Thurow)교수의 지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어떤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하는데 아무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즉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출마해서
당선될 경우 어느 누구에게도 불리한 정책을 집행할수 없다는것이다.
미국의 정당들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모호한 동맹일뿐이며,문제를
해결하거나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정당은 없다고 했다.
우리의 경우도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고통과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그래야 모든 계층의
표를 모을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건 한낱 구호일뿐 정책은
아니다. 최근 야당대표들이 물가 무역수지 금리 아파트값등에 대한 주장을
내놓자 정부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궁색한 반박을 했다. 그런가 하면
여당의 어느 경선후보는 2년내에 물가를 연3%이내에서 안정시키고 2년안에
국제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겠다고 했다. 야당의 주장에 지지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6공의 경제치적이 부당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인식한 정부는
느닷없이 경제치적홍보에 나섰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고 기업은 부도로
쓰러지고 있는데 어떤 치적을 홍보하려고 하는가. 누가 봐도 경제현실은
어려운데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것 같아 국민은 일종의
당혹감을 느낀다. 경제는 좋아질수도,나빠질수도 있다.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처하고 관리하는 능력의 불재가 문제인 것 같다.
국민들에게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다면 그것은 사기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그러나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할수 있도록 국민들의 마음을 묶어야한다. 그러한
지도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경제가 나빠졌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민에게 땀을 강요하는 지도자,비록 표가 날아가더라도
이런 말을 할수있는 지도자가 진짜 지도자다. 인기를 탐하지 말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할수 있어야 한다.
경제주체들을 운동장 트랙을 뛰는 선수라고 해보자.
선수중 일부가 뜀박질이 힘들다고 해서 풀밭에 나와 드러눕거나 아예
관중석에 올라가서 코치나 감독이 된듯 트랙을 열심히 돌고 있는
선수들에게 폼을 바꾸라든지,더 빨리 뛰라고 고함만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들에게 고통감내를
요구할수 있어야 한다. 정치란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 각계각층을
통합시키고 힘을 모으는 룰이다. 이제 각정당의 대통령후보 선출이 끝나면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과는 관계없이 12월에 있을 선거때까지 사실상의
선거전이 본격화된다. 정책대결이라면서 온갖 공약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럴수록 실현가능성보다 화려하게 비치는 정책들이 등장하게될 것이다.
1년내내 선거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그럴때 정부의 정상적인 경제정책이
설자리가 있을까. 93년2월25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현
노태우대통령의 통치권 누수현상은 어떻게 막을것인가. 그는 남은
임기동안 경제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통치권에 물이 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경제가 살아나려면 국민각계각층이 땀흘려 일하도록 국민들의 분발을
촉구해야 한다. 말장난 아닌 진짜 정책대결을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그렇지않은한 다음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98년2월25일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