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2008년 쯤이었을 것이다.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의 언론 배급 시사가 끝나고 극장 후문으로 나갈 때였다. 뜻하지 않게 손예진이 서서 나가는 시사 관객들, 기자들, 평론가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16년 전이고 손예진이 26살 때였다. 하늘처럼 맑은 외모의 나이일 때이다. 손예진이 생글거리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기억이 정확치 않다는 것이니 나중에 시비를 걸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워딩이었을 것이다. “영화 잘 보셨어요? (쌩글. 눈웃음) 저, 그렇게 싸가지 없지 않죠? (이렇게 인사 드리러 왔잖아요.)” 그때 이후 손예진을 미워한 적이 없다. 사실 손예진을 두고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만약 내가 손예진과 살았다면(현빈 씨, 만약입니다.) 손예진이 내게 이렇게 졸라 댔을 공산이 크다. “내가 뭐 하늘에서 별을 따다 달래, 달을 갖다 달래. 그냥 현빈이라는 남자하고 결혼 한번 더 한다는 거잖아아아~” 그러면 내가 말했을 것이다. “차라리 별을 따다 줄께.” 갑자기 故김주혁이 그리워진다. 손예진도 그럴 것이다.&nbs
비주류 장르로 여겨져 온 공상과학(SF)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원작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25일 출판계에 따르면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 <삼체>가 이번달 넷째주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2013년 출간돼 10년도 넘은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덕분이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삼체'는 공개 이후 글로벌 톱10 TV쇼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제작진이 소설을 드라마화했다.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인 작가 류츠신이 쓴 이 소설은 외계 문명이 지구를 공격해오는 이야기를 그렸다. 문화혁명을 비롯해 중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휴가 때 읽는 소설로 언급되고, SF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받는 등 전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과거 국내에선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SF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도 지난 2월 말 영화 '듄: 파트2'의 개봉으로 판매량이 크게 올랐다. 2001년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진 초판 2000부를 찍은 것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 개봉 직후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3위, 종합 33위에 올랐다.서사가 탄탄하고 작품성 있는 SF 소설은 영상 콘텐츠로 만들기 좋은 소재다. 소설의 상상력에 자본과 특수 효과 등이 버무려진 영상이 만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