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기법은 살려야 제멋- "보기드문 사람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식사때외엔 작업대에서 일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예품인 나전칠기의 명장
손대현씨(43.현대공예대표). 그와 20여년간 작업을 같이 해왔다는
강정조씨(45)는 손씨를 이렇게 평한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요즘 세상에서 한길을,그것도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전통공예의 외길을 걸어온 그는 확실히 보기드문 사람이다.
어느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요즘도 손씨는 공방에 나가지 않는
시간이면 살림집 한켠에 만들어 놓은 작업장에서 칠기를 매만진다.
자투리시간도 아까운 것이다.
그가 자개만지는 일에 뛰어든 것은 지난 66년.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조그만 무역회사에서 심부름을 하던 손씨는 같은 건물안에 있던 공방에서
처음 나전칠기를 볼수 있었다. 영롱한 자개빛깔에 매료된 그는 곧장
회사를 그만두고 공방의 문을 두드렸다.
68년에는 당시 나전칠기의 명인으로 불리던 민종태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본격적인 수업을 쌓았다.
80년에는 민선생문하에서 독립하여 "현대공예"란 이름으로 자신의 공방을
세웠다.
칠기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하는 것이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량생산도 불가능해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번듯한 작품 하나
내지 않고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처음부터 장인의 끼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가 작품에 대해 갖는 애착은 대단하다.
그는 정성이 들어가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84년부터는 각종 공모전에 작품을 내기 시작했다.
동아공예대전(84년),올림픽상품전(85년)전승공예대전 등에서 상을 타게되자
그의 이름은 차차 알려지고 외국에서 초대전도 가질수 있었다. 90년엔
노태우대통령의 유럽7개국 순방때 외국국가원수들에게 증정할 서류함을
직접제작하기도 했다.
손씨는 나전칠기를 요즘사람들에게 맞게 개선시키는 일에도 열심이다.
그는 나전칠기를 테이블 보석함 서류함등의 생활용품으로 개발해 냈으며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지던 건침화병(삼베에다 옻칠을 입혀 만들어 내는
화병)의 제작공정에 현대적 기법을 도입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공로로 그는 지난 91년 명장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손씨는 전통이란 말을 쉽게 생각하는 요즘 퐁토에 불만이 많다.
"전통이란 하루아침에 뒤바뀔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료와 기법을
함부로 고치려 하면 오히려 변질되어버릴 위험이 있지요"
손씨는 가구의 형태만 요즘사람이 쓰기 좋게 바꿔주는 것이지
자개기법만은 절대로 옛방식을 버리지 않고 따르고있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요즘 그는 손움직임이 익어갈수록 전통기법을 계승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젊었을 때는 어떤 기법은 내 스스로 창안해냈다는 착각으로 종종
기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오래하다보면 옛날에도 그런 기법이
있었던 흔적을 발견하게되고 아직도 멀었다는 반성을 스스로 하게됩니다"
자개빛깔에 반해 자개를 쪼개온지 어언 27년,어느덧 한세대가 훌쩍
넘어가버렸다. 그러나 손씨는 자신의 작업은 이제부터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옻칠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에게는 닦으면 닦을수록 은은한 빛을 내는
옻냄새가 물씬 난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