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민자당의 대통령후보경선은 과연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는 "정치적 민주화의 과정"으로 치러질수있을 것인가.
후보선출전당대회일을 불과 1주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현재까지
김영삼대표와 이종 의원진영은 선거운동방법을 놓고 여전히 이전투구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대표측은 이의원측이 요구하고있는 시차제 개인연설회나 합동연설회를
이제 더이상 협의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면서 잔여개인연설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인 반면 이의원측은 당선관위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개인적인
지지자들을 동원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강행하고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상대방에대해 비난과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있어
당내경선이 감정대립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자칫 전당대회후에까지
심각한 당내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선거운동방법을 놓고 벌이고있는 양진영의 입장과 주장등을 살펴본다.
김대표측은 이의원측이 요구하는 합동연설회에 관한한 처음부터 거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당내경선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기위해 보다 훌륭한
인물을 뽑기위한 동지간의 경쟁이지 결코 대통령직 그 자체를 두고 벌이는
여야정적간의 대결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상대방을 헐뜯어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며 김대표나 이의원의 능력과 자질은 물론 정치적 소신을
대의원들자신이 너무나 잘알고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김대표측은 "대의원과의 차단"이라는 이의원측주장은 그야말로
억지논리라고 분개하고있다.
경선규칙은 애초 양측진영이 참여해서 만든것이고 당의 최고의결기관인
당무회의까지 거친것으로 그에따라 전국 15개 시도에서 개인연설회를 통해
대의원들에게 충분히 자신의 정견과 정책을 밝힐수있다고 주장하고있다.
이들은 이의원이 자신의 열세가 드러날것을 두려워해 개인연설회를
회피하면서 인신공격의 위험이있는 합동연설회만을 고집하는한편 대규모
군중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한낱 정치공세로 당헌 당규를 위반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아무리 세가 불리하더라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주장할것은
주장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대표측의 관계자들은 "당의 조그마한 규칙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안타까운일"이라고 개탄하기도 한다.
이의원측의 정책토론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후보가 되려는 자신의 정견을
대의원들에게 알리면 되지 구체적인 정책대결은 있을수없다고 주장한다.
정책은 국가의 정책이 있고 여야의 정책이 있으나 민자당의 정책은 YS와
이의원의 정책으로 분리될수는 없다는 논리다.
민자당의 기본정책은 당강령으로 정해져있고 구체적인 정책은
대권경선후보는 물론 모든 당원들의 토론을 통해 수립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전당대회장에서의 정견발표문제와 관련,김대표측은 대통령선거법이나
국회의원선거법등 모든 선거법에 투표당일에는 선거운동을 하지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정신을 살려 당규칙으로 정한 사항이므로 규정에 따른다는
자세다.
김대표측은 한마디로 자신들은 당선거규정에 충실하고있으나 이의원측이
세불리를 만회하기위해 온갖 흑색선전을 일삼고 장외불법집회를 개최하는등
당내경선을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혼탁과열로 몰고있다고 보고있다.
<박정호기자>
이의원진영은 당초 주장해온 "합동연설회와 전당대회에서의 정견발표"에서
크게 후퇴,전당대회에서 두후보가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것을 전제로 이른바
시차를 둔 개인연설회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이 무산되자 "이후보 후원회모임"의 형식을 빌려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기로했다.
이의원진영이 최소한 시차를 둔 개인연설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의원들이 후보자들의 정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비교판단을 할수있는
기회를 주어야 자유경선이 된다는 것이다.
또 전당대회에서 모든 대의원이 모인가운데 후보자가 인사말 정도는 해야
"벙어리전당대회"가 되지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의원진영은 노태우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이번 경선이 세몰이보다는
정책대결의 장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펴고있다.
또다른 이유로 자유경선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양갖추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차기 정권재창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꼽고있다.
채문식위원장은 "김대표측이 이의원과 동일한 조건으로 나란히 단상에
서는 것을 꺼리는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어긋난다"고 강도높게
비난하고있다.
이의원이 8일의 대전집회에서 "6천9백명 대의원 앞에 당당하게 나설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4천2백만 국민앞에 지도자로 자임할수 있겠느냐"고
공격한점도 이의원측이 내놓는 논리중의 하나이다.
이의원측은 독자적으로 개인연설회를 개최하지않고 이른바 장외집회를
강행하고 있는것은 김대표측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호소할수 밖에 없다는 논리적 배경을 깔고있다. 독자적인 개인연설회를
개최하려해도 김대표측에서 협박과 회유공작을 벌이고 있어 대의원의
자발적인 참석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이의원은 8일 대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힘으로 하는 선거는
자유경선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직접 국민을 상대로 호소할수 밖에
없다"고 말해 대규모 장외집회로 배수진을 치고있음을 명백히 했다.
<김수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