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이 유독 한인교포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평온을 되찾았다. 빈손으로 시작하여 피땀으로 이룩한 생활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 교포들의 망연자실은 이루 형언키 어려울 것이다.
흑.백갈등에 황색인종인 한인들이 왜 속죄양이 되었으며 생계수단을 잃은
동포들의 재기를 어떻게 부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LA흑인폭동사건은 이른바 로드니 킹 사건에서 발단되었다. 과속운전을 한
흑인에게 백인경찰들이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한 것이 흑인들의 감정을
자극했으며 이들 백인경찰들에게 무죄평결을 내려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그런데 교포여인이 물건을 훔치려던 흑인소녀를 쏘아 죽인 두순자사건까지
겹쳐 있어서 흑.백갈등이 한흑갈등으로 번질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로드니 킹이 탄 승용차가 현대자동차의 엑셀이었다는 것이 또한
흑.백.한간의 갈등구조를 상징하고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일꾼으로 부터 출발한 한국인의 미국이민은 그
억척스러운 근면성으로 인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다른 소수민족들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것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지칠줄 모르고 뛰어다닌 강인한
민족성의 결과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가장 상술이 뛰어난 민족으로
알려진 유태인의 상권까지 점령했다. 한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한 것과
미국교포들이 성공을 거둔 일 사이에 힘의 원천은 동일한 것이다.
결국 이번 LA흑인폭동에서 우리 교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것은
성공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교포들의
폭동피해는 코리아 타운이 백인과 흑.인거주지역의 중간에 위치한 때문이지
한.흑갈등때문은 아니라는 분석도 수긍할수 있다. 그러나 두순자사건과
같은 한.흑갈등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불행의 씨앗이므로 무언가
우리나름의 교훈을 찾는 일이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은 흑.백간의 인종차별은 반인도적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로드니 킹사건에 관련된 경찰관에게 무죄평결을 내린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인교포들이 돈을 벌면
자신들도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채 백인처럼 행세하거나 다른
소수민족에게 편견으로 대한다면 이것은 개탄할만한 일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흑인촌에서 돈을 벌고 주거는 백인촌에서 하는 것도 이론적으로야 나무랄
일이 못되지만 흑인들 눈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하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흑인들이 한인교포에 대하여 백인행세를 하기위해 자신들의 돈을
긁어가는 수전노처럼 느끼게 되면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수 있다.
소수민족으로서,또는 같은 미국땅의 거주자로서 그들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돈을 벌게되면 그것이 모든 것의 척도인양 안하무인격으로 외화에 빠지게
되는 것이 지금 국내에서의 골칫거리다. 우리 교포들이 해외에서도
그런다면 실속도 없이 갈등소지만 증폭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나라
문화관습에 융화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겸허해야 하는 것이 더 큰
성공으로 이르는 길이다. 중국인이나 일본인과는 달리 한국동포와
흑인간의 갈등이 심한 원인을 분명히 터득하여 반성해야 한다.
이번 흑인폭동에서 우리동포들은 그야말로 억울하게 당한 꼴이다. 상점의
70%가 크건 작건 약탈과 방화의 피해를 당했다니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진 셈이다. 울분을 삭이기 힘들 것이다. 이같은 처참한
상황속에서도 LA교포들이 2일 대규모집회를 갖고 분노와 응징보다는 재기와
폭력근절과 화해를 외친데 대해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원한보다는 반성과 화해속에서 한인사회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부시 미대통령은 한인교포의 피해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고
재해지역선포를 통해 연방정부의 금융지원 길을 트기도 했다. 우리정부와
현지대사관등 관련기관에서도 교민들이 재기할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리라 믿는다. 국내의 동포들도 성금등 여러갈래로 LA동포지원에
나설 것이다. 피해교포들은 비록 날벼락을 맞은것 같겠지만 결코
좌절해서는 안될 것이다.
낯선 외국땅에서 맨주먹으로 일어섰듯이 이제 또한번 무에서 유를
창출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민 초창기의 어려웠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그때와 같은 용기와 억척스러움을 되찾으면 충분히
재기할수 있다. 실의에만 빠져있으면 아무리 외부의 지원이 있어도
소용없다. 자기힘으로 일어서는 것이 바로 강인함이며 계속적으로 꿋꿋이
뻗어나갈수 있는 길이다.
LA교민사회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면서 국내에서도 뜨거운 동포애로 이들의
재기를 지원할것을 호소한다.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교훈을 얻고 용기를
잃지 않아야 난관을 뚫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