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선 종종 어이없는 일이 툭툭 터진다. 천재지변이나 극악한
범죄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불상사를 막기위해 거대한
조직이나 제도를 갖춘 곳에서 그런 일이 터지게 되면 말문이 막힐수 밖에
없다. 신정제지가 증시에 상장된지 3개월만에 부도를 낸것이 그와 같은
일이다.
부실한 기업이 공개되어 투자자들과 금융관련기관들에 막대한 피해를
준것은 부지기수이다. 증권감독원은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작년8월
공개심사제도를 강화했다. 서면심사방식에서 공개대상기업을 실사하는
실질심사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고도 또 부실한 기업이 공개되어
부도를 냄으로써 투자자들을 골탕먹였으니 무슨 변명이 있을수 있겠는가.
공개 주간사증권사는 뭘 했으며 회계장부를 감사한 공인회계사는 눈감고
도장을 찍었는가,감독원은 또 뭘 실사했는가,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신정제지의 공개와 부도는 계획적 사기극같은 냄새가 난다. 빈껍데기
회사를 공개시켜놓고 1주일뒤부터 이 회사에 출자한 회사들은 보유지분을
고가로 모두 팔아치웠다. 2만여명의 소액주주만 피해를 덮어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증권관련기관들은 왜 이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문이 아닐수
없다. 한국증권시장자체가 조롱당한 꼴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기업공개심사제도 보완문제가 거론될수 있다. 그러나
보완된 제도속에서 부실기업부도가 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제도를 더
강화하는 데에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제도보완은 때때로 규제만 늘리고
제도의 목적을 수행하는데는 여전히 소홀한채로 머무는 경우를 보아온
것이다. 형식에 그치는 제도는 아무리 보완해봤자 소용이 없다.
공인회계사의 감사,증권감독원의 실사가 모두 형식에 그쳐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제도보다는 운용이 문제이며 나태한 운용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효과적 개선책이 될수있을 것이다.
이번 부도사건으로 증권시장의 공신력이 실추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투자자들이 무엇을 믿고 주식을 살 것인지 막연할 뿐이다. 더구나
한국증시는 이제 외국인에게도 개방되었다.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신용할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각종 회계자료까지 믿을수 없게되면 내국인 외국인 할것 없이 증시에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 증시의 신뢰성회복이 시급한 것이다. 제도만
탓하지 말고 있는 제도라도 내실있게 운용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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