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부당국이건 일반국민할것없이 사태가 더이상 견딜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허겁지겁 대책을 강구하는등 법석을 떠는 버릇에
젖어있다. 자동차는 계속 늘어나는데 사고를 더이상 방치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까 "사고줄이기원년"을 선포해서 요란을 떨고있고,심각한 교통혼잡과
주차난대책으로 차고지증명제도입을 떠벌리는등 실례를 들자면 얼마든지
있다. 유비무환은 늘 말뿐이고 도무지 앞을 내다보고 미리미리 대비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우리의 최근 에너지소비동향이 바로 또하나의 좋은 사례다. 그 증가율은
심상치않은 수준을 넘어 이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게 본란의 판단이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경제활동과 국민생활에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닥칠 위험이 짙어지고 있다.
에너지는 보통 1차와 2차로 구분된다. 1차에는 석유 석탄 원자력등이
속하지만 주종은 역시 석유다. 지난해 1차에너지소비량의 57. 7%가
석유였다. 1차에너지를 변환가공해서 얻는 2차에너지에는 전기 도시가스
코크스등이 있지만 주종은 역시 전력이다.
에너지의 과다소비를 걱정해온게 결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진정.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더 심해져 충격을 던져준다. 한국의
1차에너지소비량은 작년에 1억t을 돌파,마침내 세계10위에 올랐고 이중
석유의 소비증가율은 18. 7%로 특히 높았다. 81 90년의 연평균
석유소비증가율은 8. 1%였다. 그것이 금년 1.4분기중에는 무려 29. 8%로
뛰었다. 휘발유는 32. 5%나 되었다.
경제활동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GNP성장률이 8. 4%로 90년의 9.
3%보다 1%포인트가까이 낮아진데 이어 금년 1.4분기에는 7. 6%로 더욱
감속되었다. 그런데도 기름소비는 오히려 가속적으로 늘고있다. 더이상
미루지말고 그 배경을 규명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전력소비증가율은 기름보다 낮지만 역시 두자리수인데 반해 공급능력은
한자리수 밖에 늘지않아 자칫하다간 올여름에 큰 파동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고 있다. 작년여름에도 그랬지만 금년에는 예비율에 더 여유가
없어져 벌써부터 제한송전이 우려되고 있다.
석유건 전기건 공급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길은 절약과 효율화 뿐이다.
우리의 에너지소비가 비용부담과 공급능력 양면에서 더이상 감당못할
상황에 빠지기전에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겠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