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정권전환기인 1992년이라는 산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
걱정이다. 산을 넘으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국가적 에너지는
경제에 있지 않고 정치에 휩쓸려있다. 경제가 정치논리에 몰리고 있어
소중한 에너지를 필요없는 곳에 낭비하기도 한다. 동력이 떨어져 쓰러지는
기업이 늘어나고 그룹의 기업도 불도의 함정에 빠질뻔 했다. 그럴수록
넘어야할 산은 더 높게만 보인다.
지금 기업들이 의욕을 잃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어떤가하면 높은 곳에서 이상을 그리기에 골몰하다. 그
리상은 규제라는 각종의 선으로 구성된다. 그 선들이 함정에 빠진
기업들을 구출하는 로프가 되기보다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을
인식하는 정부와 기업간의 괴리이다.
의욕을 잃은 기업인들은 투자에 과감할수 없다. 그럴 겨를없이 숨쉬기에
급급하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90년에 18.4%에 이르렀던
설비투자증가율이 작년에는 12.8%로 낮아졌으며 올 1.4분기에는 다시
6.6%로 떨어졌다. 2.4분기에는 이 증가율이 5.5%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유토피아 그리기는 한국경제의 고속성장을 기관차처럼 이끌어온
기업들을 낙제생처럼 간주하는데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영양과잉으로
이상비만증에 걸린 환자를 수술해야 한다는 의도일수도 있다. 그 의도는
정당할수 있다. 다만 다이어트가 효과적인데도 대수술의 칼을 대려는데
문제가 있을수 있다. 한국의 경제현실에서 보면 원기가 쇠잔한 환자에게
링게르주사도 없이 대수술을 하는 격이다.
요즘 환자의 상태는 기술낙후로 신체의 각기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판에 뱃속에선 복통이 일어난 셈이다. 자금난 인력난 노임상승 근로의욕
저하등이 복통이다. 제조업의 매출액대비 금융비용이 대만의 2.3%,일본의
1.9%에 비해 한국은 4.9%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형국에 발까지 건다면
힘없이 넘어질수 밖에 없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삼가거나 풀어야 한다. 행정은 일을 잘 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못하도록 하는 규제여서는 안된다. 식민지시대의 행정이
규제일변도였던 것을 민주독립국가가 된 오늘의 행정에서도 못고치고 있는
것이 우리현실이다.
미국에서 자동차검사를 받은바 있는 어느 인사는 아무말 없이 신속히
검사를 끝내고나서 빨리 가지 왜 망설이느냐는 독촉에 오히려
얼떨떨해졌다고 한다. 팁으로 주려고 넣고간 주머니 속의 5달러 돈이
무색하여 쫓기듯이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같은 행정서비스속의 경제와 행정규제속의 경제는 엄청난 경쟁력의
격차를 보일것이 틀림없다.
한국경제는 이제 녹화사업단계를 지나 성장에 플러스가 되었던
개발국가형에서 시장기능보완형국가로 이행할 단계다. 복지나 환경등
최소한에 그쳐야할 정부개입이 최근 규제량산쪽으로 흐르는 것은
시장경제의 문맥을 잘못 읽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또 UFO처럼 정체불명의 신산업정책이 거론되고 있어 기업들을
낙담시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물고기는 그물속에선 제대로 자랄수 없다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생물같은 경제도 규제속에선 환경격변에
이노베이션으로 대처할수 없다.
새로운 업종진출에 대한 제한도 커가는 나무에 가지뻗기를 제한하는
격이다. 필요한만큼 가지를 치지 못하면 탄소동화작용을 제한받아 나무가
클수 없다. 나무가 아무리 커져도 미루나무는 미루나무여야 하고,참나무는
참나무여야 한다.
노태우대통령은 25일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문제는 인위적으로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하지 않더라도 상속세
증여세를 공평하게 과세하는등으로 스스로 해결될수 있는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상그리기는 이원칙에 기초하면 된다. 그리고 위대한
그림은 급조될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신산업정책은 기업규제가 아니라
기술드라이브 여건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술혁신의 주역인 기업들에 왕성한 의욕을 되찾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규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기업환경에 확신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수 있게 해야한다. 실종된 민간주도경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기업의욕을 되살리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동력이 떨어져
1992년이라는 비탈을 무사히 넘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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