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군부독재를 마감하고 민정의 스타로 등장한 남미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대통령이 요즘 곤경에 빠져있다. "후지모리 돌풍"으로까지
불리면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90년7월 대통령에 당선된 일본계2세인
후지모리대통령은 지금 집권 1년9개월만에 최대의 난관에 부딪쳐있다.
그가 이어받은 페루는 연 2천%를 넘는 인플레,전임자의 외채상환중단에
의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고립,가난이 몰고온 사회불안과 고질적인
질병,공공연한 마약거래등 부의 유산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의회의 의석분포는 극단적인 여소야대. 여당인
"캄비오(개혁)90"당은 상원 60석중 12석,하원 1백80석중 27석밖에 확보하지
못해 대통령의 개혁의지는 번번이 좌초하고 말았다. 페루 국민들은
일본계인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켜놓으면 모국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경제원조를 받아 인구의 60%가 식량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곤경을
해결해주리라 기대했었다. 후지모리대통령도 이런 국민감정을 고려,일본을
방문해서 원조를 호소했으나 원조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것으로 알려져
왔다.
페루사회의 구조적인 부패와 누적되어온 대외부채로 시달려온
후지모리정권은 지난6일 드디어 의회해산,헌법정지라는 초헌법적인
강경조치를 취했다. 2천2백만 인구중 일본계인구는 8만명. 소수중의
소수민족 출신인 그는 군의 탱크부대를 앞세워 내각을 해산하고 반대당의
지도자들을 연금하는등 일약 스트롱맨으로 부각됐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의회의 다수파의원들은 지하집회를 열고 후지모리대통령을 탄핵하고
야당출신인 제2부통령 카를로스 가르시아를 대통령으로 선출,두사람의
대통령이 맞서는 묘한 정치구도를 만들어 냈다. (가르시아부통령은
비밀취임식을 마치고 페루주재 아르헨티나대사관에 피신,망명중)
국내의 이같은 소용돌이 외에도 민주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린
후지모리대통령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도 결코 우호적인것은 아니다.
원조를 약속해온 미국과 독일이 연이어 헌정회복을 조건으로 원조중단을
결의,후지모리정권의 명운을 죄어오고 있다.
중남미의 이웃나라들로 부터도 강한 비판이 일고있다. 군사쿠데타에 대한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 지역 지도자들이 문민정치의 새싹을
짓밟아버린 이번 조치를 환영할수는 없는 일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원칙을 저버리면 더 큰 난관이
앞길을 가로막게 마련. 신 후지모리돌풍의 귀결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