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다시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일에 작년 12월23일의 연중최저치인 586.51을
경신한후 7일에는 580선마저 무너지면서 증시사상 미증유의 파동을 겪었던
90년 9월의 주가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조만간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90년의 최저점(9월17일)이었던 566.27 밑으로
곤두박질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나돌고 있다.
최근들어 주식시장이 갑자기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것은 무엇보다도
연초이후 장세를 주도해 왔던 저PER종목들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저PER종목들의 급격한 퇴조현상은 연초이후 과도한 주가상승폭을
감안해 볼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과도한 주가상승으로 생긴 거품이 가라앉고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왔던 저PER종목들이 시장에서 일단 퇴장하면서
뚜렷한 주도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것도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이후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졌던 대형제조주와 금융주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로선 당분간 저PER종목을 대체할만한 주도세력이 출현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주식시장안팎의 여러가지 여건들도 나쁜 편이다.
여당의 대통령후보경선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정국불안의 심리가
투자자들사이에 여전히 깔려있는데다 시중자금사정악화를 비롯 상장사의
부도및 법정관리신청가능성이 상존해있다.
특히 국민당출현을 계기로 현대전자에 대한 주력업체취소방침과
현대상선의 탈세징수및 고발등 잇따른 정부의 제재조치가 취해지고 있어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많은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식시장 안팎의 여건을 감안해볼때
종합주가지수가 90년9월의 저점을 하향돌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종합주가지수가 90년9월의 저점 밑으로 내려갈 경우 4년전인
지난88년1월의 주가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저점을 돌파한 후에도 곧바로 강한 반등세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견해도 제시되고있다.
지난90년9월과 91년6월에 종합주가지수가 각각 저점을 기록한 후 곧바로
강한 반등세로 이어졌던 것은 당시 기술적지표들이 바닥권에 도달했었고
담보부족계좌 정리와 신설증권사들의 영업개시등 장세부양요인들이
가세했을 뿐만아니라 신용융자도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볼수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선 여러가지 기술적 지표들이 비교적 안정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거래량과 싯가총액대비 거래비중은 과거보다 아주 높은 수준이며
중소형주의 주가상승으로 ADR(등락비율)도 나쁜편은 아니다.
증권당국의 신용억제조치로 가수요에 의한 주가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화당국이 총선이전에 시중에 풀린 돈을 이달중 1천5백억 5천억원정도
거둬들일 방침이어서 시중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시자금도 앞으로 종합주가지수 저점돌파이후 반등을 뒷받침할만큼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시자금사정의 바로미터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6일현재 1조4천6백5억원에
머물고 있다.
최근 고객예탁금은 증가와 감소를 거듭하면서 들쭉날쭉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앞으로 저점돌파이후 강한 상승세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주가가 추가로 큰폭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저점돌파이후 대형제조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주가의 바닥권을 인식한
반발매수세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고 새로운 저PER주들이 다시 등장하면서
주가의 추가하락이 멈춰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주가가 반등을 시도하더라도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강한 저지선이 될것 같다.
저PER종목의 퇴조로 시장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점을 고려해볼때
이달말까지 주식시장은 난기류속에 빠져들것으로 보인다.
역시 4월은 투자자들에게 "잔인한 달"인가 보다.
<김시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