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에게는 "4월은 잔인한 달"이 될것같다.
해마다 4월이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의 납부때문에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올해에는 총선중에 지나치게 풀린 돈의 환수까지 겹쳐
자금난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즉 세금납부에 필요한 자금수요만
3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통화공급이 늘어나기는 커녕 한은의 발표대로
4월중 총통화증가율이 19%이내로 유지된다해도 1,500억 5,000억원의 돈이
환수되어야할 실정이다. 이밖에도 4월중에 만기가 되는 5,900억원 규모의
중개어음 차환발행이 어려울 경우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할수 있으며 최근
중견 상장기업의 부도가 잇따르자 계약금증액 담보요구등으로 자금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도 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점을 우려하고 4월중의 통화운용이
신축적일 것이라고 되풀이함으로써 자금가수요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또한 통화채의 순증발행 등을 통해 민간여신을 1조5,000억원이상 공급할
계획임을 밝히는 한편 경상수지적자와 세금환수로 해외부문과 정부부문에서
통화가 환수되는만큼 민간여신의 공급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6월말까지로 예정된 단자사의 업무축소일정을 연기하여
발행어음및 어음관리계좌의 수신한도를 올해연말까지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의 자금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다행이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기업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공감을
얻고 있다는 뜻도 된다. 특히 지금 예상되는 자금난은 단순히 세금납부에
따른 자금수급의 불균형 이외의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이번 자금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되는 수출부진과
경기침체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크게는 산업구조
조정으로,작게는 기업의 경쟁력변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적응과정에 있기
때문에 무작정 돈을 푼다고 자금난이 해소될수는 없다. 아무리
시중자금사정이 좋아도 매출부진과 재고누적에 시달리는 기업은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무리한 시설투자와 부동산매입으로
자금회전에 어려운 기업은 이번 자금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될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도산,실업등을 예방하고 기업체질을 강화하기위해
선별적인 금융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부문별 경제주체별로 겪는 자금난의 정도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금융기관이라도 단자사는 여유자금을 단기운용하고 있는데 비해
은행권은 적수부족등의 이유로 여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대기업들은
중개어음의 발행등을 통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여 여유가 있으나 중소기업은
잇따른 부도의 영향으로 어음수령회피,중도금의 조기수금,담보요구등
자금압박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은행의 자금압박도 "꺾기"를 통해 기업에
전가되며 특히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입을 타격이 클것이기 때문에
정부대책은 중소기업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요인들이 시중자금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 지난해 3월에는 536억원이 환수되었으나 올해
3월에는 총선때문인지 오히려 7,328억원이 풀렸기 때문에 4월중의
통화환수가 불가피하여 통화정책의 신축성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 또한
총선을 전후한 정부와 현대의 대립은 증시위축 등을 통해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지급금환수,대출금유용처벌,주식이동조사등 잘못된
기업관행을 고치려는 일련의 조치는 좋으나 시기와 형평에 문제가 있으며
자칫 어려운 기업경영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해보면 총통화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은 큰 효과가
없으며 자금난의 가장큰 피해자인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정부와 기업의 대립은 합리적인 규칙의 제시와 관행정착을
통해 해결되어야하며감정적인 대립은 백해무익하다. 이밖에도 정책당국의
콜금리에 대한 규제조치는 일단 시중금리의 상승세를 진정시켰다는 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시장개입을 한것으로 평가될수 있으나 자금난 해소에는 별
보탬이 된것같지 않다. 콜금리규제이후 콜거래의 기간이 초단기화됨으로써
은행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었으며 이는 다시 "꺾기"를 통해 중소기업들에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의 자율화와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에 정책당국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정책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해칠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설사 행정규제로 금리안정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진듯 해도
자금흐름의 왜곡은 신용도가 낮고 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을 죄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약도 남용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