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일 15일간의 회기를 끝낸 중국의 제7기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5차회의를 계기로 중국은 또다시 심한 진통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진
통은 "계획"과 "시장"을 접합 시키는 수술과정에서 오는 진통이다. 이
번 7.5전인대를 분수령으로 올해안에 중국경제의 앞날이 판가름날것 같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노선투쟁과 그연장선상에 있는 권력투쟁은 중국의
혁명1세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홍"(확고한정치사상)과 전(특정분야의
전문성)을 에워싼 논쟁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의 6대 개국공신(모택동 유소기 주은래 임표)중 생존해 있는
등소평(88)과 진운(87)을 정점으로 한 보혁간의 투쟁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번 7.5전인대에서 이붕총리의 "정부활동보고"를 보면
150여개소를 수정한 가운데 마무리 되었다는 사실에서 양파의 논쟁이
얼마나 격렬했는가를 엿볼수있게 해주고 있다. 개혁파는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지난13년동안 지향해온 실사구시관에 입각한 계획적 상품경제가
역사의 흐름속에서 중국의 현실적 여건에 맞는 것이라는 사실을 실증하고
앞으로 100년동안은 개혁개방정책도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진운을 필두로 한 보수파세력은 이념을 "주"로하고
개혁개방은 "종"으로 해야 한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현재 진운은 건당의 원로들이 모인 당중앙고문위 주임직에 있다.
대부분이 80대 중반의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는 이 위원회가 소집되면 의사
간호사는 물론 최신의료장비와 구급차등이 준비된 가운데 열리는 중국의
원로회의로 유명하다. 등소평은 이 고문위의 역사적 사명은 이미 끝났음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번 한바 있었다. 그런데 이 중앙고문위 전체회의가
지난해 11월29일 북경 경서빈관에서 167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회의 안건은 "당과 국가의 대사"에 관한 것이었으나
핵심의제는 고문위 존폐문제를 토론,표결하는 것이었다.
진운주임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 경제원로인 박일파(85)가 회의를
주재하고 진운의 6개항에 걸친 견해와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7.5전인대에서 이붕총리의 "정치활동보고"가 만신창이가 된것도 진운의
견해를 어느정도 반영할 것인지를 에워싼 갈등에 불과하다.
즉 진운은 1당지도층은 당성이 강한 마르크스주의자로 구성돼야 하고
당내에 기회주의자나 반마르크스주의자가 지도층에 잠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2미국등 제국주의자들은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끊임없는 전복
파괴활동을 펴는것이 기본전략이다. 3마르크스주의자는 당내에 노선투쟁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4당조직을 강화하며 순결성을 유지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5경제건설에서 "맹진""과열""성급"함과
같은 공상주의의 심각한 결과를 경계하고 6정치사상면에서 "우"에 반대해야
하며 "우"가 출현하면 사회의 동요를 초래케 되고 경제는 통제력을 잃게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개혁.개방정책을 촉진하려는 개혁파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한 것이었다. 5항과 관련하여 이번 7.5전인대 이붕총리의
보고중 당초 개혁파가 기도했던 앞으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10%를 6%로
낮춘점은 보수파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여 금후의 사태는 더욱 심각한
국면을 맞을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진운의 의견서는 지난해 11월25일 개최되었던
당제13기중앙위제8차전체회의(8중전회)의 결의에 대한 보수파의 견해를
표명한 것이었다. 8중전회는 농업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하고
지난10년동안 실시해온 농산물의 도급생산책임제(가정련산승포책임제)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실과 제14차 당대회를 92년 4.4분기에
개최할것등을 결정한 회의였다.
등소평은 기회 있을때마다 그의 "강화"를 통해 중국의 11억 인구중 9억이
농촌에 살고 있으므로 농민생활의 향상여부가 중국의 사회정국 안정과
직결된다는 견해를 강조해 오고 있다. 중국이 하루에 소비하는 식량만
해도 74만t에 이르며 돼지고기 4만7,000t,식용식물유
1만7,000t,설탕1만6,000t에 이른다. 또한
술은3만6,000t,담배는2억2,000만갑이 하루에 연기로 사라진다. 78년
등소평정권출범이전 26년동안 집단생산제를 기초로 했던 시기의
농업생산총액 연평균 증가율은 2. 7%에 불과했으나 농촌개혁을 실시한
78년이후 가정도급제에 의한 10년간의 연평균증가율은 6. 2%에 이르는
빠른 성장속도를 나타냈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던것은 "대과반"(한솥에
밥을 다같이먹는 평균주의)의 비능률성을 제거하고 생산실적에 따른
차등배분의 원칙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8중전회는 이러한 실적에 기초하여 등소평의 농업개혁정책이 역사의
정도였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이를 중소제조업분야에 확산 발전시켜갈것을
결정한바 있었다. 89년 6.4천안문사태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등소평은
당중앙고문위 6개항 의견제시로 전면에 나서지 않을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등소평은 금년들어 1.2.3월을 개혁개방정책의 성공적
사례로 되어있는 남쪽의 심 주해지구를 비롯 상해,그리고 군부의 요지인
무한등지를 시찰하고 "남순강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등소평은
금년1월21일 심 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은 개혁개방에 기초한 경제건설을
만족할 상태로 추진하지 못하면 곧 퇴보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개혁개방노선은 적어도 100년간은 지속되어야 할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바 있었다.
그런데 금후의 사태진전과 관련하여 주목되는것은 지난해11월
당중앙고문위 존폐문제에 대한 표결결과 167명중 폐지반대가 85명,찬성
46명,기권 36명으로 원로정객들의 저항이 거셌다는 점이다. 노선투쟁의
역학관계는 이제 당노선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당정치국상무위원회의
개편이 어떻게 될것인지에 따라 결정되게 되었다. 현재 정치국원중에는
보수파를 대표하는 조직담당 송평을 비롯 왕진국가부주석 요의림부총리
이석명북경당서기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의 거취에 따라 등소평노선의
고착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문제는 이미 7.5전인대의 결과로 그
기본방향이 잡혔으나 그 면모가 노출되는 시기는 오는 가을의
9중전회(당제13기 중앙위 제9차전체회의)와 연말의 제14차 당대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고인이 된 중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였던 사회과학원 손야방원장의
"계획경제는 하나의 오래된 골동품으로 기술진보를 가로 막으며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과감하게 실천될수 있을지의 여부는 중국이 더이상
미룰수 없는 역사적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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