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주택의 법정관리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그 배경과 한보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보주택의 법정관리신청은 정태수 전회장의 구속과 청와대 개입설등
정치적인 쟁점을 불러일으킨 수서지구 택지분양사건과 직접 관련되어있어
그간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법정관리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이례적으로 긴 1년이 지나서야 내려진것도 의혹을 샀던 부분이다.
보통 법정관리신청이 기각되면 그회사는 파산절차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자력으로 회생을 모색하는 두가지 길이있다. 현재로서 한보주택은
자력갱생의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도 기각결정의 배경을 회사가
파탄의 위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보주택의 법정관리신청 사건을 13개월간이나 심리해왔던 서울민사지법
합의50부(재판장 정지형부장판사)는 기각결정을 내린 뒤 홀가분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사기간이 이례적으로길어 특혜가 아니냐는 보도가 나갈
것을 우려,"오직 법률적 판단에 따랐다"고 부연설명 했다.
재판부는 "조사위원인 윤승영변호사가 제출한 한보주택의 경영여건과
사업전망보고서가 워낙 방대해 지난2월에야 겨우 조사를 마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종판단을 하기위해 이달초 정태수 전한보그룹회장을
직접 소환,법정심리를 했다"며 "그러나 한보측에 작년도 결산보고서를
요구했으나 작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받아보지 못해 90년이전 결산자료와 92
95년 매출전망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장판사는 "사건심리 초기엔 갱생가능성 여부에 초점을 뒀으나
진행과정에서 경영사정이 호전됐다고 판단돼 주로 파탄위기 여부에 비중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한보주택이 법원의 보호에서 벗어나 정상화될수있느냐는 채권단의
태도가 중요한 열쇠다. 한보주택은 조흥은행에 9백50억원의 빚을 지고있고
갚지못한 물품대금인 일반채무 90억원을 안고있다.
조흥은행은 법정관리가 기각됨에 따라 확보한 담보를 챙겨 빚을
받아낼수는 있다. 한보주택이 등촌 가양지구택지보상금(5백억원정도)을
받으면 이를 회수하고 나머지 채무도 개포동 장지동 용인군등에 있는
부동산의 담보권을 행사할수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나빠 담보처분이 그리 쉽지는 않다. 게다가
한보주택은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자 고등법원에 즉시 항고할 것으로 보여
물리적으로 담보권행사자체가 불가능할수도 있다. 즉시 항고하면
재산보전처분명령이 유효하기때문이다.
이에따라 조흥은행은 즉시 항고의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한보측이
자력갱생을 위한 자구노력을 어떻게 할것인지 따져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흥은행의 위성복이사는 담보가 충분하기 때문에 즉시 항고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지켜보고 담보권을 행사하든지 아니면 채무상환을
유예하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측에서도 담보권행사를 미뤄 시간을 두고 빚을 받아가면서 한보주택과
정상거래를 하게될 공산이 크다.
.한보그룹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정태수 전회장을 비롯 계열사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기각에따른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서울고법에대한 항고여부와 채권단 설득작업,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과의 협조방안등을 중점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측은 법원의 기각결정에 불복,우선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하기로 하는
한편 주로 하청업체와 자재공급업자로 구성된 채권단을 상대로 채무의
일정기간(2 3개월)유보등의 설득작업에 나서기로했다.
또 내달초에 주택공사에서 받을 5백억 6백억원상당의
서울등촌지구토지보상비중 최대현안점인 1백46억원의 상거래채무를
선변제하는 방안을 조흥은행측과 협의키로했다.
이는 채권.채무관계가 풀리면서부터 관급공사등 수주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기위한것. 조흥은행이 서울 장지동 개포동과 용인지구등지에서
약9만평(4백억원가량)의 담보를 이미 확보,9백15억원의 채권회수에
별문제가 없는 점을 들어 조흥은행의 사전양해를 얻어내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한보주택의 재기가능성은 충분할것으로 보여진다.
수서사태이후 지난1년동안 서울대치지하철3-3공구 아산만공사등 10여개의
공사를 무난히 수행해온데다 이중 인천연수지구아파트등 3개공사는
이기간중 수주한것이다. 이에따른 기성자금도 70 90억원에 이르는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한보주택이 항고할 경우 재산보전처분이 적어도 2 3개월가량 계속
효력을 발휘하기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상거래채무도 조흥은행의
협조가 없더라도 자체해결할수 있을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한보관계자들은 재정적으로 파탄에 직면하지않은 것으로
인정,법정관리신청을 기각한 법원결정에는 큰 불만이 없는듯하다.
즉 한보주택에대한 경영권은 한보측이 계속 쥘수있는데다 독자적으로
채무를 해결하고 재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자금난과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의 법정관리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청산절차에 돌립,공중분해되거나 제3자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인데 한보는 예외가 될 전망이다.
.결국 법정관리신청이 기각됐다는 이유만으로 당장 한보주택의 운명에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는 "즉시 항고할 경우 법정관리기각결정의 취소를 원한다기보다
재산보전처분의 효력을 연장하기위한 시간벌기 작전일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더구나 작년 3월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후 1년이 넘도록 결정자체를 미뤄
한보가 회생의 길을 찾을수 있는 여유를 준 꼴이됐다는 점에서 또다른
특혜라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한보주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 1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수서지구 26개
주택조합에 대한 위약금 1천억원을 4백55억원으로 낮춰 지급,일단락지었다.
법정관리신청당시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위약급이 해결됨에따라 큰 짐을
벗어던진 것이다. 더구나 위약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중 1백67억원을
관련은행들이 계열사인 한보철강을 통해 공급하는 혜택도 베풀었었다.
위약금문제에서 벗어난 한보주택은 재산보전처분명령으로 채무상환부담을
받지않고 그런대로 경영을 해올수있게 된것이다. 새로운 공사도 따고
한보철강의 아산만공사에 대해서도 공사권을 갖고있어 체력을 회복하게
됐다.
더군다나 정태수전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면서도
법정관리신청이 기각된 30일 임원회의를 주재,여전히 실권을 행사하고있다.
쓰러지려는 회사는 살아날수 있는 길을 찾을수있고 정전회장은 여전히
경영을 좌우하고 있는것이 한보주택법정관리신청기간중에 일어난 결과인
셈이다. 일부에서 도산직전의 한보주택을 채권자들의 등살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병원에 입원(법정관리신청)시켰다가 링게르주사를 맞춰 제대로
숨쉴만할때 퇴원시켰다고 평가하고있다.
<경제.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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