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다. 구호의 대결도 인물의 대결도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활속에서 물가고와 국제수지적자문제는 좀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선거이후 새로이 전개될 정치구도는 현안경제문제들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시킬 소지가 많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필자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다.
한 제사는 끝났으나 연말에 다가올 더 큰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갖가지
매혹적이고 무책임한 성찬의 메뉴들이 등장하리라고 우려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적 나팔소리가 울리기전에 우리 모두 나라살림에 대해 한번
차분히 생각해보아야 할것이다.
최근 확산되고있는 경제여론의 단면을 보노라면 기업의 부도율이 현저히
증가되고 있어 앞으로 기업의 연쇄부도를 막기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등의 론리가 있는것 같다. 심지어 선거결과는 경기부양을
부득이하게 할것이라고까지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정말
부분적이고 단견적인 관찰일 뿐만 아니라 "일보전진이보후퇴"의 우가
될것이다. 사실 최근 일부기업의 부실화는 기업의 내실보다는 지나친
확장과 급변하는 경제여건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근저에는
우리경제가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과도하게 부풀려진 결과라
생각된다.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력난과 자김난은 공급능력에 비해
지나친 초과수요의 존재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KDI나
한은에서는 지난 5년간 우리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10%선으로 적정성장율 7
8%수준을 훨씬 상회해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실 우리가 겪고있는 인플레의 근인도
총생산능력을 초과해온 왕성한 총수요의 결과라 하겠다. 고임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년간의 임금급상승 현상을 일부 논자들은 정치적
민주화나 과격노조와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측면도
무시할수는 없겠으나 그 근본원인은 역시 과잉수요에서 파생한 인력난의
결과일 것이다. 경상수지적자의 확대문제도 같은 시각에서 보아야
할것이다. 즉 무역적자의 근본은 수출부진이라기 보다는 폭발적
수입수요의 증대에 기인하고 있다.
세계수입량증가율이 1%도 못되는 무역환경속에서 우리의 수출은 10%이상
증가해왔으나 수입증가율은 이를 크게 상회하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경제의 현안은 확대되어 경기과열에서 빚어진 깊은 비대증을
앓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지난해의 1인당 국민소득은 6천4백98달러로 추계되고 있는데 이는 4년전인
87년의 1인당소득3천1백달러의 두배를 넘는 수치이다. 과연 우리는 두배의
소득을 누릴수 있을만큼 사고방식이나 경영및 기술혁신이 합리화되고
개선되었는지 우리 모두 자기주변의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자문해야만 할
것이다. 체력향상이 이루어지지도 못한채 체중만이 두배로 늘어난 것이
우리의 현안이 아닌가하고 비유해 본다.
이러한 비대증의 확대는 89년의 불황을 체질강화보다는 "경기부양책"이나
"경제활성화대책"으로 이어진 내수진작정책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존하는 경제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경쟁력강화에 초점을 두어야지,안이하고 단기적인 경기부양대책으로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될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있는 경영혁신 기술혁신 정부규제의
대폭적 완화등 구조조정을 실천해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용단있는
단기정책의 보완책도 중요하다 하겠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수출산업의
채산성악화나 과도한 수입수요를 고려한다면 우리 원화가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달러당 8백90원선이었던 대미환율이
현재의 7백70원대를 유지할만큼 우리의 물가나 임금이 안정되고 또
생산성이 향상되어 왔는지 점검해야만 할 것이다.
개방화 자유화의 거센 물결속에 단기적으로 국제수지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책수단으로서 적절한 환율조정보다 더 효율적인 방안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조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해집단들의 압력을
초월할수 있는 강력한 금융 및 재정의 긴축이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금의 흐름을 효율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
총량의 관리범위내에서만 추진되어야 할것이다.
또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사회적 재정수요의 증대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완급을 가리는 효율적 운영을 통해 건전재정을 꼭 지켜가야만 할것이다.
앞으로 각종 목소리가 더욱 커져갈 정치적 계절에 이러한 총량적
경제논리가 부분적이고 이해집단적인 논리에 밀려버리는 것은 아닐까하고
심히 걱정된다.
한나라의 경제는 행정적 효율성이 저하될때 일수록 총량적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고도산업에로의 길은
흔들림없이 각자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지려는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지 화려한 정치적 잔치와는 무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