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총재인사는 어느나라에서나 큰 관심을 모은다. 통화금융을
움직이는 권한은 한나라의 돈가치안정과 경제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아니라 정치의 최고권력자에겐 불가결의 정책수단이고,중앙은행총재는
바로 그런 정책수단의 중추를 관장하는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인 한은총재로 정부는 중진경제학자로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지낸바있는 조순씨를 임명했다.
전직 부총리의 기용이라는 점에 대해 일부에서 말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본란은 그러한 경력이 오히려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중앙은행으로서의
한은의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데 더 큰 도움을 주리라 믿기에
조순씨의 한은총재발령을 각별한 기대를 갖고 환영한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시못할 강력한 외부압력을 만날 경우가
많아 그런 역할의 수행은 말처럼 쉽지않다.
외부압력이란 성장지향의 산업개발 고용확대 국제수지균형등 명분을 지닌
정부의 여러 경제정책을 통화면에서 지원하라는 경우가 있고 또 긴축완화
혹은 특별자금지원을 해달라는 재계요구를 뜻한다.
본란이 새 총재를 환영하는것은 이러한 경우에도 정부 특히 재무부
재계등의 외부압력에 굽히지 않고 중앙은행의 의견과 취해야할 방책을
설득력있게 당당하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실현시켜 줄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통화가치안정과 경제발전에의 기여를 최고의 사명으로
하는 한은의 역할과 책임이 크고 절실한 때는 없다.
본란은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는 한은의 독립성확립문제에 대해 조총재의 금후태도를 주시하고자
한다. 특기할것은 조총재가 지난 88년말께 중앙은행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금후의 우리 경제상황은 그 자체가 통화가치유지를 위한 통화신용정책의
전전화에 대한 도전이 되고있다.
3.24총선에 이을 대선실시를 앞두고 통화량의 팽창.편재가 통화가치신인을
무너뜨리는 인플레위협을 현실적인것으로 만들고있고,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입김이 경제논리에 우선하는 경향을 나타낼 가능성도 그런도전으로
간주된다. 또 그런 도전은 자유화.국제화의 진전에따라 본질적변화의
와중에 있는 우리금융구조에서도 나오고있다.
금융의 국제화진전으로 인한 기업.가계의 자금운용 조달수단의 다양화는
자금의 유.출입을 격화시켜 한은의 통화공급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지금까지처럼 한은이 창구지도로 금융기관의 행동을 규제하는것으로는
통화공급의 적정관리는 불가능하게 된다. 흔히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들의
인사 융자등 영업.경영에 정부가 개입 간섭하는 관치색을 없애는
금융산업의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통화신용조절의 사령탑으로서의
한은의 권한행사가 정부의 수직적지시나 명령에 대해서 자유로울수 있는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 안돼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것이 가능한가.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의 제합성을 결여하면 경제에 혼란을 가져올 위험이
있는것은 사실이다. 이경우 중요한것은 통화가치를 수호하는 범위에서
정부정책을 펴게 하도록 하는 한은총재의 설득력있는 의견개진과 정부측의
부당한 압력에 항거할수있는 용기다. 그것은 한은법개정이전의 중앙은행
총재의 자질에 속하는 문제다. 과거에는 히틀러에 대해 항거한 독일중앙
은행의 총재이하 중역,근년에는 미국의 볼커 전FRB(미연준리)의장,영국의
리처드슨 전영난은행총재등은 정부정책의 추종을 종용하는 대통령 총리의
압력을 물리친 본보기다. 총선을 앞두고 불경기를 타개하기위해 중앙은행
재할인율인하를 강요하는 집권당측 압력에대해 수용을 단호하게 거부한
미에노 일본은행 총재의 최근행동은 일본정부의 감독을 벗어날수 없게돼
있는 일본은행법의 현규정아래서 보인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소신있는
행동으로 평가되고있다. 이는 법률이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았다고해서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행동을 할수없는 것은 아님을 보여
주고있다. 그렇다고 한은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본란은 미결의 과제인 한은법의 개정도 조총재가 재임동안에 해결할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 경우 정부에 대한 한은의 독립성은
독일연방은행법처럼 누가 읽어보아도 의문의 여지가 없게 분명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 본란의 입장이다. 신임 조총재는 그에게 거는
기대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고 4년의 재임기간에 통화가치의 유지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중앙은행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해줄 것을 본란은
간절히 요망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