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결과 여소야대의 정치구도가 짜여짐으로써 경제정책의 향배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민당의 부상으로 재계의
정계진출이라는 사상유례없는 변화가 초래돼 산업정책미및 대기업정책을
중심으로 새로운 접근책이 모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행정부가 행사해온
경제정책의 수립창구가 다원화되는 한편으로 경제정책의 힘이 약화되고
정치권과 행정부 재계간의 역학관계가 새로이 모색되는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도변화와 아울러 정책적으로는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돌출되게 마련인 각종 개혁조치들이 재론되고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규제완화조치가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이번 총선과정에서 재계가 사분오열돼 구체적인 산업정책이나
대기업정책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고 야당가운데서도 민주당과
국민당이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아 일관된 정책기조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경제정책 변화기류의 핵은 역시 국민당의 등장에서 찾는 견해가 많다.
정치와 기업은 별개의 문제라는게 국민당측의 공식견해이긴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그룹을 배후로하고 있고 경제정책실패를 맹렬히 공격하며 진출한
정당인점을 감안하면 경제문제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에따라 부실기업정리나 산업구조조정 금융정책등에 대해 의회와 재계의
의사가 보다 분명히 드러나게 되며 경제력집중억제정책같은 기업시책은
새로운 논리로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과정에서 정치적 시각에 따라 재계가 분열돼있고 연내에
대선이 치러지게 돼있어 재계의 내분이 수습되지못할 경우 오히려
정책혼선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계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지 못할 경우 이미 추진중인
제조업경쟁력강화나 산업구조조정 대책들이 표류하게 될뿐 아니라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데 오히려 장애를 줄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아울러 경제팀 내부에서는 앞으로 경제팀의 지도력이 훼손될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총선패배에 따른 분위기쇄신을
위해,의회를 장악한 야권에서는 대선고지점령을 위해 제각기 주문을 쏟아내
경제팀의 경제정책 추진력이 약화되리라는 우려다.
경제기획원의 한 실무책임자는 대통령선거에서의 만회를 위해 청와대나
민자당이 당분간은 경제를 직접 챙기고 나설 가능성이 있고 민주당이나
국민당은 공약으로 내건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기위해 입법조치를 서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이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구심축이 행정부에서
정치권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정책의 힘이 위축될 것이며 인기에
영합해 확대지향적인 대책들이 나올 소지가 커 경제정책 기조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마저 우려하는 분위기 이다.
특히 여야당이 공약으로 내건 각종지역개발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위해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13대 총선직후처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경제개혁조치가 추진될 경우 오히려 기업의
투자마인드나 경영의욕을 저해,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부작용이 초래될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선거가 아니더라도 우리경제는 사활의 기로에 서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고물가와 국제수지 적자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고
근로자의 근로의욕과 기업인의 투자의욕은 그 어느때보다 저하돼 있다.
뾰족한 대안도 없이 부도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총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즉시 집행돼야할 정책과제들이
유보돼있는가 하면 총선패배에 따른 개각설로 경제부처들도 일손을 놓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이해를 달리하며 감정대결을 벌이고 있고 기력을 상실한
증권시장,높아지는 시장개방의 파고,정책에 대한 불신감등으로 어느 한구석
기대해볼만한 여지를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더군다나 이번 총선을 전후해 올 경제정책의 최대관건인 총액임금제까지
재론을 요구하는 목청이 높아져 기초부터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에따라 이번 총선에서 만들어진 정계개편의 여파가
경제로까지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은 대통령선거까지 남은 기간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에 무리를
주는 정치적 요구를 자제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대선이 끝난뒤에도
인기에 영합하는 선심정책이나 한풀이식의 보복정책이 취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는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도록 정치적
간섭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재계의 화합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뜩이나 정치적
혼돈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 기업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목과
같등을 빚을경우 경쟁력강화는 물거품에 그치고 말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제팀의 노력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정치적 외풍에 따라 좌고우면하지말고 안정우선과
기업경쟁력강화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정책기조를 사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