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총선 결과 4년만에 또다시 여소야대가 재현됨으로써 향후 정국풍향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2년전 3당합당으로 개헌선까지 확보했던 민자당이 이번선거로
정국주도권을 상실,초라한 제1당으로 전락한 반면 민주당과 국민당은 각각
독자적인 개헌저지선육박과 원내교섭단체구성이라는 전과를 올렸다.
이같은 결과는 그렇지 않아도 차기 대권이라는 변수때문에 불가치성이
높던 정국이 더욱 복잡 미묘하게 전개될것으로 예상된다.
민자당은 우선 14대국회 원구성과 때를 맞추어 최소한 5 6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흡수,외형상 여대를 만들것으로 보인다.
김영삼대표의 측근으로 정책지구인 부산사하에서 당선된 서석재의원과
영남지역의 친여무소속당선자들이 영입대상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민자당의 이같은 무소속 영입노력은 현재로서는 별 어려움이 없을것으로
보이나 무소속당선자들이 향후의 입지강화를 위해 연대하여 행동통일을
하거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기도할경우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도
없지않다.
만약 민자당이 일부 무소속의 영입에 실패하고 또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무소속이 민주당등과 연대할 경우 정국은 야측에 의해
주도되면서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질것으로 우려되기도한다.
민주당은 여소야대를 전제로 6공청문회를 선거기간중 국민들에게 약속했고
국민당도 청문회에 관한한 민주당에 뒤지지않을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 국민당은 또 수서비리와 청와대 정치자금의혹 6.29선언주체에 관한
청문회를 별러왔으며 이제 여소야대를 토대로 이를 실천할 태세다.
이같은 야측의 공세는 노태우대통령의 레임덕현상과 겹쳐 민자당에는
엄청난 시련일수밖에 없다.
이같은 외압과 함께 민자당은 총선참패에대한 인책문제및 차기대권과
관련한 계파간 갈등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와해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한다.
민자당수뇌부는 25일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일것이며 깊이 반성한다"고 표명했으나 각계파가 패배요인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있어 극심한 내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민주계측은 막판에 터진 안기부직원의 야당후보 비방유인물살포와
군부재자공개투표시비가 서울등 수도권에서의 참패에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간주하고있다.
민주계측은 또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 국민당과 무소속당선자 가운데
대다수가 여당공천탈락자들이라는 점에서 총선실패는 선거를 주관한 YS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공천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있다.
반면 민정계는 민주.공화계가 지분에 얽매여 나눠먹기식 공천을 함으로써
낙선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민자당 의석확보내용과 관련,당수뇌부의 거점장악력이 쇠퇴됐다는
지적이 일고있으며 이문제는 또 다른 여파를 몰고올 기미다.
우선 노대통령의 통치기반인 대구(11개)에서 여당후보가 3명이나 낙선하고
경북(21개)에서도 14명에 불과한 당선자를 낸 점이나 김종필최고위원이
서울에서 5명을 공천,1명밖에 건지지못했고 자신의 아성인 대전
충남에서조차 참패했다. 또 박태준최고위원은 포철의 거점인 포항과
광양에서 민정계후보가 낙선되는 수모를 겪었다.
여당수뇌부의 영향력쇠퇴는 노대통령의 임기말과 맞물려 당장악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고 차기대권문제와 관련해 완전 자유경선을 요구하는
경쟁자가 그룹화될 경우 민자당은 혼미를 거듭하면서 분당과 같은
최대위기에 봉착할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승리로 김대중공동대표의 당주도권을 확립시켰다고
볼수있다.
김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실패했을 경우 예상되던 2선퇴진요구를 잠재울수
있게됐고 특히 수도권에서의 압승을 바탕으로 대권행보를 가속화할수 있게
됐다.
김대표가 이날 선거결과를 보자마자 "자치단체장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해야겠다"고 한것은 차기 대권경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김대표는 6공정부와 돌이킬수없는 관계에 있는 국민당의
정주영대표와도 연대를 모색,각종 청문회의 개최추진등 정국 주도권장악에
심혈을 기울일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당 정대표의 향후 거취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총선대약진을 계기로 대권에까지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기도하나 교섭단체구성자체에 만족하면서 현집권세력및 민자당의
차기대권후보측과 화해및 공조를 모색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향후 정국전개에 있어서 또하나의 무시할수없는 큰 변수는 무소속의
거취이다.
여야가 팽팽한 세를 유지하고있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집단은
사실상 무소속이기 때문이다.
무소속이 연대해 정치세력화할 경우 이들의 속성상 여권의
차기대권후보결정과정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 될수밖에 없다.
<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