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자유화 원년을 맞이하여 장미빛 꿈에 부풀었던 국내증시가 최근
침체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당국이 총선에 임박하여
갖가지 부양성 증시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대다수 증권관련연구소가 과거자료를
바탕으로 예상했던 것처럼 총선전 주가가 약세를 면할 수 없었다면
총선후의 주가는 과연 상당폭의 상승을 시현할수 있을는지 사뭇 궁금한
시점이다.
흔히 주식시장은 한 나라경제의 거울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선거전의
주가약세도 따지고 보면 선거열기에 휩싸여 기업활동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함으로써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도 선거를 전후하여 느슨해진 기업활동이
얼마나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이번 총선과정에서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었다.
국민당의 등장과 관련해 기업의 정치참여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이
문제는 증시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이문제는 이번 총선이 끝나고도
두고두고 증시에 계속 영향을 미치리라 판단된다.
이번총선을 계기로 기업이 기업활동에만 전념할수 있는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증시가 맥을 못추고 있는가운데 연초이래 국내증시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대형주의 약세와 일부 저PER중소형주의 강세,즉 주가의
양극화현상이라 할수있다. 이러한 주가양극화는 투자자에게 한마디로
천당과 지옥으로 표현되는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주가수익비율(PER)이란 새로운 지표의
등장으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대형주를 미처 처분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엄청난 가속도로 오르기만하는 저PER주의 상승행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하는 딱한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반면 시장개방과 관련하여
대다수 증권연구소가 제시했던 PER기준에 확신을 갖고 공격적인 투자 또는
의도적인 매집을 감행한 투자자들은 시장추세와 관계없이 엄청난 수익을
향유할 수 있었던것 또한 부인할수 없다.
PER를 기준으로한 새로운 투자패턴. 이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에서도
나타난 중소형저가주의 무차별한 하락,다시 말해 개별기업에 대한 분석보다
자금악화설에 대비한 투자위험회피나 시장분위기에 맹종했던 종래의
투자방법과 달리 주가예측과 주당수익기준이 보다 정교한 형태로
개별기업중심의 주가분석에 이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학적
투자분석방법으로서 올해의 개방증시를 이끌어온 PER지표는 과연 유용하며
앞으로도 계속 위세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게 간단하진 않지만 과거 일본의 시장개방초기에도
"PER혁명"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상당기간에 걸쳐 영향을 끼쳤음을 고려할
때 대체로 긍정적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다른 지표와 마찬가지로 PER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다음 사항을 아울러 감안함이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첫째 상당한 예측능력이 수반되어야겠지만 과거PER보다 미래PER를
사용하여야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둘째 PER 뿐만 아니라 PBR PCR등 다른 내재가치를 판단하는 지표도 아울러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본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PBR PCR의 주가에
대한 설명력이 PER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 결과는
아직 잠정적인 것이며 개별기업의 상이한 회계처리방법이나 PER계산상의
문제점등에 기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셋째 PER는 기업의 장래 성장성을 감안한 수익력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은 도외시되고 있음을 유의해야한다. 따라서 유보율등
기업의 과거저축실적과 부채비율 금융비용부담률 고정비율등 안정성
관련지표와 아울러 업계내에서의 위치,특히 최고경영자의 자질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하리라 판단된다.
넷째 개별기업마다 회계처리방법이 다소 상이하다는 점과 특별이익의
계상유무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국내증시는 외국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과거 어느때 보다
PER를 이용한 투자방법이 초과이익의 가능성을 높여주리라 생각된다.
아울러 총선후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시중유동성 문제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총선결과로 나타날 국민당의 의석수에 관계없이 앞으로의
경제정책이 대기업그룹에 유리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경제개발과정에서의 특수성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대그룹형태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정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민주화추세로
권력과 재벌 모두가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양보할수 밖에 없으리라
전망된다.
따라서 총선후 주식시장은 정국안정으로 대형주 주가가 다소 회복되는
가운데 PER위주의 투자패턴이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지는 필연적인
시장효율화가 이루어지리라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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