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이란 표현이 등장한 이래로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다.
국내 시장이 협소하여 수출지향형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경제
지표를 보면 경제는 정말 난국이다. 91년 경제성장률은 8. 6%(잠정치)
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 7%로 81년 21. 6%이후 10년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경상수지적자는 90년 21억달러에 이어 작년 96억달러정도에
이르렀다.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물가및 국제수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92년 경제정책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에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분명히 대통령의 경제정책방향은 정확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6공화국의 신년기자회견후 주가가 항상
곤두박질치던 관례는 올해도 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제시한 두가지 경제정책목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별개로 고려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플레를 분석하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물가상승요인으로 수요요인과 공급요인을 들수 있다.
그러나 이두가지 요인만으로는 인플레 설명이 충분치 못함에따라
70년대중반이후 서구에서 강조돼온 것이 기대일플레이션이다.
기대인플레란 경제주체,즉 국민이 물가에 대한 사전적 예측을 함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그기대가 안정적인 낮은 수준이 되려면 그에 걸맞는
경제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환경이 경제정책과 그 정책의
일관성이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은 바로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의미한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요구되는 것이 바로
경제정책의 일관성이다.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은 필요한 자리에 최고의 적격자를 발탁하여 그가
제반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줌으로써,그리고
정부관리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높이는데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부관리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통치자가 일관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통치자가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정책목표를 실행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민들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정책목표여야 한다. 둘째 그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효과적이어야 한다. 셋째 경제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시차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그것을 수용하기 위해 그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이 계속 조정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책대상에서
예외가 최소화되어야 하고 혹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정책의 목표가 아무리 정확히 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일관성없이 시행될 경우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최근 몇가지 예를보면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일관성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임금인상을 5%이내로 억제하고 대기업중
임금인상이 이수준을 넘어서면 정책금융의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러한 발표이후 정부가 승인한 공공요금및 음식값등 서비스요금의
인상폭은 10 20%에 이르고 있다. 국민은 발표된 물가인상률,그리고
음식점및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로 인해 임금 5%인상이란
정책가이드라인을 수용하기 어렵게 된다.
둘째 많은 경우 통치자및 고위당국자의 현장 방문은 현장 사실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그 사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즉흥적인 지시적 또는 전시적 행정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식의 행정은 기존 경제정책과 상충되는 문제를
야기시키고 그 상반효과가 너무 크면 언론의 지면만 채워주는 하찮은
이야기로 전락하게 된다.
셋째 국회의원 선거판에서도 연두기자회견의 경제목표는 의심을 받게된다.
다음주 시행될 국회의원선거의 주요 선거공약이 바로 경제활력의 회복이다.
그러나 통치권자 주변인물의 호화판 지구당 창당대회및 회식에 소비되는
몇십억원의 지출을 보면 국회차원에서의 경제활력 회복복안이 무엇인지
가름하기 어렵다.
넷째 개각이 너무 잦아 정책의 연속성이 결여되어 있다. 새로운 내각은
새로운 정책만 남발하고 그것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물러난다. 이로 인한
정책의 홍수는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다섯째 예외적인 사업은 경제목표 달성수단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기업및 시장상인들은 물가상승의 한 요인으로 물류비용의 증대를 들고
있다. 그러나 물류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투자보다는 선심성
공약사업이 우선이고 이권을 가진 기득권층으로 인해 물류비용 절약을 위한
조직개편은 보류된다.
많은 국민들은 경제난국이란 말에 너무 오래 접하다 보니 또 통치자및
정치인들의 경제행위 속에서 그 말이 시사하는 바와 상반되는 보도에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이제 그말에 무감각해졌을 정도이다.
이제라도 정부나 국회는 현대경제이론에서 인플레를 잡기위해 중시되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깊이 각성할 필요가 있다.
경제난국의 책임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를 통괄하는
통치자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시키지 못한데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