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종반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중 자금사정은 빡빡한 경색상을 보이고
있다. 자금수요 격증으로 연13 14%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금융기관간의
콜금리도 연 15%로 소폭 올랐다. 선거철엔 으레 방대한 자금이 풀린다.
이 경우 금융당국은 그로 인한 통화팽창을 상쇄하고 인플레의 부채질을
막기 위해 그만큼 다른 부문에의 자금공급을 죌수 밖에 없다. 그 영향이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미친다.
3월은 기업들엔 계절적인 자금수요가 몰리는 시기다. 올해 해야 할
설비투자자금의 확보말고도 월말로 다가선 12월말 결산법인의 배당금지출과
법인세납부에 대비한 자금수요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시사하는 것은 명백하다. 총선이후의 기업자금사정은 통화정책이 완화되지
않는한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선거철을 맞아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으나 당국의 통화관리
강화에다 기업자금의 계절적수요가 겹치는 바람에 기업들에게 자금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풍요속의 빈곤"을 겪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목할 현상은 무엇보다도 은행 단자사 증권사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시중 자금흐름을 가늠할수
있는 지표의 하나인 은행요구불예금의 경우 지난 6일이후 1주일간 지난해
같은기간 감소규모의 5배가까운 1조7,000억원이 인출돼 나갔다.
단자사 예탁금은 같은기간중 480억원이 늘었으나 이는 작년동기의 26%정도
밖에 안된다. 또 증권회사 고객예탁금도 3월들어 842억원이나 줄었다.
이는 논노의 재산보전처분이 자극한 주가폭락으로 일반투자자들이 증시에
매력을 못느끼고 많이 이탈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금융기관들로부터 빠져 나간 자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거자금으로 이용되는 것인지의 여부는 돈에 꼬리표가 없어 확인할 길이
없지만 현찰이나 자기앞수표 중심으로 단기자금화 되는 경향이 있고,보다
높은 금리소득을 얻을수 있으며 금융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은행
신탁계정에 몰리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전망이 불투명한 경제의 앞날에 대한 일반의 불안이 투영된 것이라
볼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설비투자자금 및 운전자금의 부족에 허덕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금을 얻기 위해 고금리부담을 불가피하게 하고 최악의
경우 부도 도산의 위험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경영난으로
사경을 헤매는 적지않은 중소기업들이 문제다. 통화당국과 금융기관들은
더 악화될 총선이후의 자금난에 대한 확고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할
때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