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김형철특파원]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동경신주쿠 오쿠보거리.
이 거리엔 "이상한" 은행이 하나 있다. 은행간판은 붙어있으나 점포안엔
행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계만 몇대 덩그러니 놓여있다.
점포공간면적은 방한칸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무인점포라는 것. 무인은행은 원래 스위스가 유명한데
최근에는 일본이 스위스를 뺨치고 있다.
일본은행들은 일요일에도 영업을하는 선데이뱅킹,컴퓨터를통해 집에앉아
거래를 하는 홈뱅킹과 함께 무인뱅킹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무인점포에는 말그대로 사람(행원)이 없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현금출금기(CD)등의 기계만이 있다. 무인점포의 크기는 보통 3 8평정도.
그러나 간판은 가로1m,세로7m. 일반영업점과 똑같다. 간판으로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큰 셈이다.
일본사람들은 미소를 머금고 고객을 상냥하게 맞는 은행원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ATM을 즐겨 이용한다.
일은행업계의 통계로는 약 8할정도가 ATM을 이용한다. 예금을 하거나
돈을 찾을때,송금할 경우 기계를 활용하면 시간이 대폭 절약되기 때문이다.
보통 10만엔가량의 돈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간을 아껴쓰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에겐 인기를 끌수밖에 없다. 장삿속에
밝은 일본은행들이 이같은 고객의 성향을 놓칠리 없다. 후지 다이요고베
미쓰비시 스미토모 다이이치간교등 도시은행들이 무인점포경쟁에
뛰어들고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무인점포개설의 선두주자는 동경권에서는 비교적 열세인
산와(삼화)은행. 89년도이후 일본은행계에 무인점포혁명의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현재 산와은행의 무인점포는 5백54개점이나 된다. 총점포(8백85개점)의
3분의2가 무인점포다. 최근3년간 만들어진것만도 무려 2백49개에 달하고
있다.
산와은행 무인점포개설에 드라이브를 건 사람은 와타나베행장.
그는 89년2월 6인의 "기동타격대"를 편성,무인점포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팀의 이름은 "복면부대". 같은 은행내에서도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극비에 부쳐졌다. 복면부대는 동경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등
수도권 30 를 누비고 다녔다. 주로 JR 화철지하철역이 있는 1등지역에
눈독을 들였다. 이들은 동경권역에 산와은행의 점포가 없는
3백개공백지역을 공격목표로 골랐다. 이중 2백49개지역에 무인점포가
세워졌다. 그야말로 "닌자"식 공략을 했으니 다른 은행이 눈치챌리가
없었다.
타은행에서 알아차렸을때는 이미 늦었다. 산와은행의 무인점포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긴뒤여서 어쩔수없이 점포망열세로 몰리게 됐다.
현재의 은행별 무인점포수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후지은행
1백90개,다이요고베 1백60개,미쓰비시 1백40개,스미토모 80개등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무인점포개설을 포기한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열심이다. 돈이 별로 들지않기 때문이다. 무인점포 임대가격은 평당 2만
3만엔선. 초1급지라해도 8만엔이면 족하다. 중심가 사무실임대료의
3분의1가격이면 충분하다.
또 인건비도 발생치않는다. 행원이 없어도 고객의 입장에서보면 입출금
송금을 신속히 할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좋은 격이니 무인점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각 은행들이 무인점포운영에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ATM CD기등 기계의
고장방지와 점포유지. 그래서 ATM기계수리및 개선 전담부서를 두고있다.
큰 은행의 경우 1백여명의 인원이 있다.
기계성능개선에도 힘쓴다. 심지어 ATM이나 CD기계메이커들에 사용경험을
살려 더좋은 기계를 만들도록 귀띔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최근엔 현금인출시간이 30초에서 24초로 단축된 기계가
나와있다. 앞으로는 10초대로 줄일수있는 기계가 다시 선보일 전망이다.
무인점포광고도 요란하다. 은행들은 무인점포로 고객을 끌기위해
메일오더(우편주문)광고전도 펼친다. 이 우편주문에 의해
보통예금종합계좌 적립식예금 공공요금수납 송금등을 할수 있는 카드나
통장을 보급해준다. 지하철역이나 전철안에는 이들 은행들의 광고문이
즐비하다.
일본은행계에는 금융자유화 기계화와 함께 무인점포등 금융혁명의 파고가
계속 거세어질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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